단골 우동 가게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요리사가 오더니 면의 상태를 묻는다. 언제나 그렇듯 “좋네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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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굵고 탄력 있는 면발을 지닌 일본 사누키우동. |
손 반죽으로 우동 면을 만드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먼저 소금물에 밀가루를 반죽해 2시간 정도 1차 숙성을 시킨다. 이를 다시 손이나 발로 꾹꾹 눌러 준 다음 12~17시간 2차 숙성을 한다. 표면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탄력 있는 면을 얻으려는 과정이다.
여름의 높은 온도와 습도는 면을 만드는 데 아주 고약한 환경이다. 반죽이 쉬 물러지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름 반죽은 물의 양을 줄여 염도를 높인다. 그리고 숙성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날씨의 영향을 가능한 한 덜 받게 한다. 그럼에도 자연이라는 변수는 워낙 까다로워 통제하기 쉽지 않다. 외부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결같을 수 없는 일을 한결같아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면 요리사들의 일이다. 반죽의 상태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 요리사는 그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식 우동 전문점이 속속 늘고 있다. 흔히 일본식 우동 하면 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을 꼽는다. 사누키우동은 굵은 면발, 부드러운 촉감, 강한 탄력을 특징으로 한다. 음식을 조용하게 먹기로 소문난 일본인이지만 우동을 먹을 때만큼은 요란하다. 후루룩후루룩 빨아들이면서 입술로 면의 촉감을 느끼고, 이빨로 면의 탄력을 느낀다. 그런데 우동 소비량이 일본 전체 평균의 배를 넘기며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가가와현 토박이들이 먹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노도고시’라고 해서 목 넘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후루룩후루룩 입술로 빨아들인 다음 씹지 않고 그대로 넘긴다. 이때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칼칼함과 뻐근함으로 탄력을 가늠한다.
이 때문에 부작용도 생겼다. 면을 씹지 않고 넘기니 포만감이 적어 많이 먹게 된다. 양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혈당이 상승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내장 비만을 유발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만 명당 평균 11명인 데 반해 가가와현은 17.4명으로 47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원인 가운데 우동의 섭취 방식을 중요한 이유로 지적한다.
우동을 먹는 데 한국과 일본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국물에, 일본은 면에 중점을 둔다. 한국인에게 면은 포만감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 정작 관심은 개운한 국물에 있지만, 일본인에게 국물은 면을 적셔 먹는 용도에 그친다. 그래서 면 음식을 먹을 때 한국인은 염분, 일본인은 탄수화물의 과도한 섭취를 걱정한다.
일본식 우동의 유행으로 갓 뽑은 생면을 쉽게 접하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고 전통을 버리고 무작정 일본을 좇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본의 기술을 빌려와 국물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면을 개발한다면, 이 유행이 분명 의미 있는 과정으로 남을 것이다. 자고로 음식은 내 것을 지키고 남의 것을 조화롭게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