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물고기나 해조류보다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작은 세균, 곰팡이 등의 해양미생물(연안의 해수 ㎖당 미생물 수는 100만~1000만 개체, 외양에도 1000~10만 개체)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단지 육안으로 볼 수 없다보니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바다에는 살아가는 데 염류를 필요로 하는 호염균, 5~10도의 저온에서 잘 증식하는 호냉균, 온도가 200~380도에 달하는 열수분출공 주변에서 생존하는 초호열균 등 육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미생물이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과정을 거쳐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육상에서 생존하는 미생물과는 전혀 다른 생리학적 특성을 갖춰 육상미생물이 만들어 낼 수 없는 효소뿐만 아니라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천연물질을 수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로 해양미생물은 해양의 물질순환 담당자로서 해양에 존재하는 많은 종류의 유기물 분해에 직간접으로 관여, 해양 환경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육상에서 유입된 오탁물질을 정화할 뿐만 아니라 오염된 석유를 분해하여 제거시키고 이산화탄소의 고정, 황화수소나 메탄의 산화에도 직접 관여하여 바다환경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주로 어패류나 해조류를 중심으로 산업화가 가능한 유용한 소재개발이 이루어져 왔으나 이를 활용하는 해양바이오산업은 좀처럼 발전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해양식물은 계절이나 서식지에 따라 구성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가동해야하는 공장에서 활용될 필수적인 원료로는 한계가 있어서이다. 원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대량양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바다는 물, 파도, 염도, 압력 등 여러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어 사람이 직접 양식을 해야 하는 재래식 방법으로는 공장에서 필요한 원료의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근에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배양에 의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해양미생물의 활용에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해양 동식물은 양식에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반면 해양 미생물은 최적 배양(발효)조건만 확립되면 쉽게 배양하여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1년에 해양미생물자원센터를 설립하여 해양 세균, 곰팡이 및 효모 등 약 2만5600주의 미생물자원을 보유했다. 이를 필요한 곳에 공급함으로써 미생물의 대량생산을 시도하고, 건강 및 환경과학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해양세균 및 진균으로부터 새로운 항균 물질, 항곰팡이 및 항바이러스 물질, 항종양 물질, 항염증 물질들을 추출하여 활용한다. 또한 해양 미생물이 생산하는 특수한 효소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예를 들면 호냉효소는 저온에서 높은 활성을 나타내기에 호냉성 세균에서 단백질 가수분해효소, 지방질 가수분해효소, 섬유소 가수분해효소를 생산한다. 이들을 낮은 온도의 세탁수에 넣고서 빨래를 담구어 두면 세탁기에 돌리지 않아도 높은 세정효과를 얻는다. 또한 해수 중에는 메탄 생성균이나 수소 생성 광합성 세균도 있어 이를 이용하여 수소, 메탄가스 등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해양미생물이 지닌 다양한 유전체( genome, 해양미생물의 한 개체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 ) 자원을 확보하려 해양탐사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들 유전체로부터 우리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용물질이 개발된다. 차세대 유전체 분석기술을 이용하여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유전체 정보는 앞으로 의약, 산업,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활용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팀이 독도 주변 해역에 사는 해양미생물에서 대장암, 위암, 폐암, 신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 6가지 종류의 암에 대해 항암활성을 갖는 신물질을 찾아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양미생물 연구자가 매우 적고, 관련 연구들이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해양미생물을 연구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의 설립 및 연구자의 양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해양미생물이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활발한 연구 및 개발이 진행되어 우리나라의 정체된 해양바이오산업이 성장동력으로 발전될 것이다.
한국해양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