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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디지털 죽의 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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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 톱스타인 판빙빙이 갑자기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안 억류설에 미국 망명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나왔다. 몇 달후 다시 등장해 세금 탈루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건 유명인 실종에 침묵으로 일관한 중국 당국의 태도였다. 관련 기사나 게시물이 인터넷에 뜨면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되거나 삭제됐다.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조차 “검색이 안 된다”며 답답해하는 모습을 봤다.

중국의 온라인 통제는 악명 높다. 전인대가 작년 3월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직의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자 찬반 여론이 불붙었다. 그러자 ‘헌법’ ‘개헌’ ‘시진핑황제’ ‘종신제’ ‘황제몽’ 등의 어휘는 중국 SNS나 포털에서 금지어가 됐다. 이런 단어를 검색해도 정보가 뜨지 않도록 만드는 식이다. 지난 4일은 톈안먼 시위 30주년 기념일이었으나 ‘톈안먼’이라는 단어는 물론 ‘1989년’이나 ‘6월 4일’ 같은 숫자도 검색할 수 없었다. ‘미투’ 역시 금기어다. ‘대만’ ‘티베트’ 등 민감한 단어를 지우는 일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는 보도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 현재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무역 장벽을 높이고, 화웨이 금지를 자국 기업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미국의 행위가 옳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인민일보를 통해 “미국이 디지털 철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비난했을 때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했음 직하다. 중국은 물론 화웨이 금지나 관세 장벽 문제를 의미했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의 개방과 공유를 앞장서 차단해 온 나라가 중국이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이후 ‘죽의 장막’이란 단어는 상당 기간 잊혔지만 미국과 함께 G2 반열에 오른 지금, 이 장막은 모습을 달리 해 중국 국민들을 또다시 고립시키고 있다. 이야말로 15억 인구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디지털 죽의 장막’이 아닌가.

1990년대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 운동권과 식자층 사이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1980년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광주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 익명의 무수한 사람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이 세상을 자유화 개방화로 이끌면서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가 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IT 기술을 이용한 정보 통제나 감시, 여론 조작 등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정보를 독점하려는 집권자나 정치인들의 야심으로 인해 ‘죽의 장막’ ‘철의 장막’이 사이버공간에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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