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태국 암파와 수상시장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진행했던 반딧불이 투어에서 본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이었다. 강가에 무성한 수풀 속에서 반딧불이 수만 마리가 빛을 발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탄성을 내질렀다. 자연이 만들어낸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감동적이었다.
지난 6일 낚싯배를 타고 낙동강 염막 수로를 돌아봤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좁은 뱃길을 따라 낚싯배가 움직이자 양쪽에서 숭어와 잉어가 뛰어올랐다. 배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만 들려올 정도로 고요했다.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적막. 뱃길 양쪽으로 무성하게 자라난 수풀에서는 이름 모를 새소리만 들려왔다. 낚싯배를 탔던 10여 명의 사람은 낯선 풍경에 숨을 죽였다. 수로를 되짚어 나오는 길에 누군가 말했다. “아파트 숲에 싸여있는 낙동강에 이런 풍경이 있는지 누가 알았을까요.”
염막 수로를 돌아보면서 암파와 시장의 반딧불이 장관이 떠올랐다. 부산이라는 대도시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낙동강의 숨겨진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수로를 둘러보면서 낙동강도 충분히 생태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 광안리 등 바다에만 ‘올인’되어 있는 부산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 있었다. 환경단체의 예측대로, 다시 바다와 강이 만난 덕에 기수역 생태계가 복원된다면 말이다.
그동안 낙동강은 사람이 미웠을 것이다. 하굿둑을 지어 낙동강의 허리를 댕강 잘라버린 탓이다. 어디 이뿐인가.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 확보를 이유로 서낙동강의 물길을 막아버린 것도 사람이다. 그전까지 낙동강 본류였던 서낙동강의 물길이 끊어졌다. 서낙동강은 사실상 호수가 돼버렸다.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낙동강 입장에선 사람이 미울 수밖에…. 부산시와 환경부 등은 2025년 전면개방을 목표로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 시범개방으로 그 첫발을 뗐다. 강서지역 일부 농민은 하굿둑 개방에 반발하고 있다. 시는 오는 9월 하굿둑 2차 시범개방 전까지 농민과의 협의체를 만들 예정이다. 현재 농업용수로 사용이 힘든 맥도강과 평강천의 수질 개선까지 협의체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낙동강의 숨겨진 모습이 공개될 날이 머지 않았다.
사회부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