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한 아우가 없다고 했던가. 대부분 그렇다. 옛말이 별로 틀린 게 없으니까. 아우가 아무리 뛰어나도 형만 못하다. 아우가 형을 생각한다고 해도 아우를 사랑하는 형의 마음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도 있다. 실력만 보면 이번 경우는 후자에 해당할 듯하다. 하지만 말이 담고 있는 뉘앙스는 꼭 그렇지만 않다. 그만큼 느낌이 아주 묘하다.
‘막내 형’.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희한한(?) 말이다. U―20 월드컵 축구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을 대표팀 형들이 그렇게 부른단다. 그 이유를 보면 참 재미있다. 이강인은 대표팀 에이스다. 정확한 크로스, 뛰어난 볼 키핑 능력, 여유 있는 드리블까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펼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36년 만의 준결승 진출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
나이는 18세, 대표팀 형보다 두 살가량 어리다. 하지만 리더십은 ‘형’급이라고 한다. 세네갈전에서는 승부차기에 앞서 두 살 위의 형인 골키퍼 이광연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눈을 맞춘 뒤 “하면 되잖아, 못 해?”라며 기운을 북돋워 주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골키퍼 이광연은 이강인의 기를 받았는지 실제 이날 경기에서 세네갈 4번 키커의 슛을 막아냈다. 이강인은 버릇없거나 당돌해 보일 만한 행동을 하면서도, 인터뷰 때에는 “열심히 뛰어준 형들에게 고맙다”라는 예쁜 말을 빼놓지 않는다. 형들은 이런 이강인에게 ‘막내 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것이 화제가 됐고, 이제 조어가 될 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막내 형’이라는 말은 이강인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지 않다. 이번 대표팀 자체가 ‘막내 형’으로 여겨진다. 선배 대표팀을 뛰어넘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 국가대항전에서 4강에 오른 건 세 번째다. 1983 멕시코 청소년대회에서 대표팀은 불굴의 투지를 불사르며 4위를 차지해 ‘붉은 악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4위를 차지하는 월드컵 사상 최대의 이변을 창출했다.
그리고 막 4강 신화를 쓴 ‘막내 대표팀’. 그들은 이미 ‘형 대표팀’ 만큼은 이뤘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뒤집는 내용도 보기 좋다. 막내들은 이제 결승 진출과 정상 정복이라는 새로운 신화에 도전한다. 이는 형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파이팅! ‘막내 형’.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