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부산의 한 유흥주점 업주가 앳돼 보이는 손님들에게 술을 판 뒤 난감한 일을 겪은 일이 있었다. 2시간 동안 150만 원어치 술을 마신 이들은 계산 때가 되자 자신들이 미성년자라며 술값 지불을 거절했다. 업주가 항의하자 손님들은 ‘소년법·청소년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오히려 협박까지 했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비슷한 일은 지난달 25일 대구에서도 일어났다. 새벽 2시께 25만 원어치의 술은 마신 손님들이 파장 무렵 느닷없이 업소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불법행위를 했다며 당국에 자신신고를 했다. 이들이 가게에 들어올 때 내밀었던 주민등록증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주는 돈도 받지 못한 채 졸지에 상당 기간 영업정지 처분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가게 주인은 이후 ‘공짜로 마신 술이 맛있더냐? 나는 피눈물 흘린다. 주방 이모, 홀 직원, 아르바이트생들도 모두 피해자다. 부탁이다. 이 집에서 끝내거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미성년자에게 술을 제공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법행위다. 당국의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행 법은 업소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하면 1차 적발 때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때 영업정지 180일의 행정처분을 내린다. 그럼에도 계속 법규를 위반하다 3차 적발로 이어지면 이번에는 아예 영업허가를 취소시킨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내막을 알고 보면 무작정 음식점 사장을 나무라기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많다. 사회 위해 요소로부터 미성년자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규를 악용하는 행위 때문이다. 만약 업주가 정밀하게 위·변조된 신분증에 완벽하게 속아 술을 팔았더라도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술을 마신 미성년자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러니 법 개정의 필요성과 함께 범법 청소년에 대해 ‘쌍벌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까지 올라왔다.
다행히도 ‘음주용 가짜 신분증’으로 낭패를 보는 일은 지난 12일을 기점으로 크게 줄 전망이다. 위·변조 신분증에 넘어가 어쩔 수 없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게 됐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업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재 처분을 면제해주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 까닭이다. 때 맞춰 온라인상에는 ‘양심불량’ 미성년자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는 업소들의 환영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업주들이 얼마나 ‘음주용 가짜 신분증’에 시달렸는지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