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에베레스트 정상 직전의 능선 모습을 전한 한 장의 사진은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사진에는 쉽게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산악인이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힐러리 스텝 전후로 빈틈없이 줄을 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담겼다. 1980년대 후반 상업등반대가 일반화하며 80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치르고 ‘인생의 트로피’를 하나 더하려고 세계 최고봉에 서려는 이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까지 에베레스트를 13회 오른 켄턴 쿨은 에베레스트 초등 원정대의 일원이자 에드먼드 힐러리의 동료였던 조지 로우가 펴낸 책 ‘에베레스트 정복’에 실린 ‘오늘날의 거벽’이란 기고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서커스장과 같다”고 꼬집었다. ‘초고속 인터넷에, 빵집에, 심지어는 위스키를 시음하는 텐트’가 그가 본 모습이다. 그는 ‘세계의 최고봉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스스로 오르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꿈꾸는 곳’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엄청난 도움을 받으며 정상에 이끌려 올라간다고 해서 순식간에 대단한 등산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아마추어 등반가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난달 에베레스트에는 하루에 최고 300명 이상이 정상으로 몰리면서 병목현상으로 등정이 지체되며 일주일 동안 10명이 넘는 산악인이 목숨을 잃었다. 1986년 네팔 정부가 에베레스트 등반 제한을 없애면서 상업등반대가 초보자에 가까운 등산가들을 정상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1996년 14팀 240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하루에 8명이 사망한 에베레스트 최악의 날을 맞았다. 2012년에도 39팀 600명이 에베레스트 도전에 나섰는데 이때도 병목현상으로 등정이 지체되며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베레스트 산업’이 성행하며 무분별한 등정이 이뤄지자 등반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정부 수입의 상당 부분을 관광, 특히 등반 허가를 팔아 충당하는 빈국인 네팔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상업등반대의 등반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양산하며 세계적인 기후 온난화와 맞물려 환경적 재앙을 예고한다.
‘왜 산을 오르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산을 오르는 이가 몰리며 생기는 폐해는 히말라야의 고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 인구의 태반이 ‘취미가 등산’이라는 한국의 산도 수용 한도를 넘는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지난해 지리산에 330만 명, 설악산 324만 명이 찾았다. 몇몇 인기 등산로에 집중해 수백만 명이 오르내리며 밟아댄다면 어딘들 버티기 어렵다. 1993년 도입된 자연휴식년제는 국립공원 보전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찾는 이가 뜸한 코스는 막고 인파가 몰리는 곳은 제외해 국지적 자연훼손을 부추기거나 방치한다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지리산의 경우 천왕봉에 인파가 몰리며 훼손이 심해지자 중산리~법계사~천왕봉, 장터목~제석봉~천왕봉 구간의 등산로를 자연휴식년제로 묶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세우는 목소리에 눌려 잦아들었다. 이 코스는 오히려 산불 예방을 위한 입산통제 시기에도 개방된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칠선계곡은 자연적인 침식과 사태로 훼손되며 휴식년제 구간으로 지정됐지만 관광객과 등산객 유입을 염두에 둔 지역의 개방 목소리에 연장 대신 개방을 선택했다.
연간 100만 명이 찾는 한라산은 탐방예약제를 도입하기로 해 대비된다. 최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오는 10~12월 백록담으로 오르는 성판악·관음사 구간에 대해 탐방예약제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남한 최고봉을 오르는 길인 데다 단풍이 아름다운 코스라 탐방예약제가 시행되면 등산객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경제도 무시 못 할 일이다. 그렇다고 눈앞의 이득만을 보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1인당 GDP가 3만3000달러에 이르는 한국이 1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빈국인 네팔처럼 등산로 개방과 보호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 아이러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명산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