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착상하지 못하던 ‘2030부산등록엑스포’ 개최의 움이 트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개최 가능성의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나라 최초 등록엑스포(registrated EXPO) 개최를 위한 열망이 국가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러나 앞이 확연하게 보이진 않는다. 뿌연 안개 속의 해결 사안이 첩첩산중이다. 개최를 위한 준비 과정과 내용, 유치 결정의 성공 여부, 엑스포 자체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후 유지관리 등이 주된 과제들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는 일뿐이다. 짧은 글을 통해 모든 것을 논할 순 없기에 두 가지 차원에서 고민해 본다.
첫째는 ‘개최를 위한 준비 사항’에 대한 고민이다. 원활한 개최와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인프라 건설, 특히 방문객 5000만 명을 버텨낼 수 있는 신공항의 확보와 현장이 될 북항 일원의 대대적인 변화가 일차적인 해결 과제다. 이와 함께 첨단 IT 시대에 걸맞은 스마트 도시로의 전환과 4차를 넘어 5차, 6차 산업혁명시대와 관련된 ‘비전 찾기’가 준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2030 엑스포의 비전!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한민국의 미래와 연결된 실질적인 인류의 꿈’을 말한다. 책상 앞에서 또 몇 명의 전문가가 정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고 폄하할 수 있겠지만, 그 꿈이 우리의 미래 삶과 유리된 채 작동하지 못했던 두 차례의 지난 선례를 통해 엑스포 개최가 얼마나 공허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항상 유치와 개최에만 매달렸다. 대전엑스포도 그랬고 여수엑스포도 그랬다. 근자의 평창동계올림픽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왜일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번 매우 유감이었다. 유치와 개최에 모든 것을 맞추는 성과주의식 접근이 가져온 결과였다. 시민 관심과 참여 부족 등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맘을 금할 수 없다.
이 사안은 ‘개최 후의 유지 관리’ 문제와 직결된다. 필자의 최종 관심은 ‘엑스포 사후 변화’에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말이 있듯 ‘지속 가능한 엑스포’는 불가능할까. 아시아권에서 근자에 개최된 등록엑스포 중 비교적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아이치와 상하이엑스포를 살펴보자. 일본의 아이치엑스포의 경우 ‘Nature’s Wisdom’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엑스포 사후 모든 시설을 해체하여 재활용하고 엑스포장 전체는 친환경적인 자연공원으로 복원했다. 반면 상하이엑스포는 ‘Better City, Better Life’라는 슬로건 속에서, 국제도시 상하이의 대도약을 위한 도시 혁신의 기폭제로 활용되었다. 황포강변에서 치러진 엑스포는 외탄과 푸둥지구에 국한되던 상하이의 중심을 황포강 중류 지역까지 확장하여 대대적인 도시구조 개편의 계기가 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상하이엑스포장의 광대한 영향력은 멈추질 않고 있다.
2030 엑스포의 개최 목적은 무엇인가. 6개월 동안 찾아올 것으로 예측하는 5000만 명의 방문객이나 50여만 개에 이를 것이라는 일자리에 대한 욕심인가. 이 수치들은 모두 단기의 효과일 뿐이다. 항상 우리는 이런 수치 달성에만 집중해왔다. 이젠 벗어나야 한다. 단기 성과는 다소 떨어질지라도, 도시 체질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도시 대개조를 위한 추진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성공적인 엑스포에 대한 평가 잣대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2030엑스포는 부산의 일에 국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1000만 에 이르는 인구가 사는 지역권 전체의 부활과 21세기 중반부를 주도해야 할 대한민국의 국가적 과제들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엑스포 개최국은 엑스포가 해당 시대 최고의 기술 발굴과 새로운 이상 실현의 시발점이자 그 현장이 되어주길 기대했다. 1851년 제1회 엑스포가 열린 런던에서는 세계 최초의 철골구조 유리 건물인 수정궁(Crystal Palace)을 건설했고, 1889년 파리 엑스포에서는 에펠탑(Effel Tower)을 세웠다. 관련하여 시카고 엑스포(1893년 개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은 엑스포장을 위한 장구한 국가 역사와 연결된 발달된 도심이나 특정의 공간이 없었기에 그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던 엑스포장의 건설을 선택했다. 미시간 호수변에 거대한 테마파크를 연상케 하는 대단지를 조성했다. 여러 명의 분야 전문가가 함께 공동 계획가(master planner)가 되어 이전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엑스포장을 탄생시켰다. 결과적으로 ‘화이트시티(White City)’라는 이상도시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도시 미화 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이 시작되는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상업주의 엑스포의 시작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후폭풍은 대단했다. 엑스포를 마친 후, 시카고는 급속한 산업 발달로 인한 각종 병폐의 온상지였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계획가 중 한 명이었던 당대 최고의 도시건축가인 다니엘 번햄(Daniel Burnham)에게 위대한 선택을 맡겼다. 번햄은 엑스포장과 미시간 호수, 그리고 시카고의 미래가 공존하는 ‘시카고 플랜(Chicago Plan)’을 완성했다. 이 계획은 현재 시카고 도시 발달의 역사적인 근거가 됨은 물론 세계적인 도시로의 성장에 결정적인 배경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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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장을 텅 빈 곳으로 바라보고, 철거하여 개발부지로 사용했거나 어정쩡한 공원으로 활용했던 지난 엑스포들은 해당 도시와 국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채 잊혀 버렸다. 이 뻔한 길을 2030엑스포는 절대 걸어서는 안 된다. 항구 옆의 큰 단지를 넘어 도시, 지역, 국가로 이어지는 새로운 발상의 미래 계획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도시 대개조를 위한 공간 개편과 기능 혁신은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 부활의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 개최에 급급하지 말길 바란다.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말길 바란다. 진정한 빅 픽처(big picture)를 그려주길 바란다. 이 요청이 결코 쉽게 실천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활을 걸고 도전해야 한다. 유일한 이유는 이보다 더 좋은 도시 부활의 기회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