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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무공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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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국전쟁 영웅인 심일(1923~1951) 소령의 공적을 둘러싸고 진위 공방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군인의 최고 명예라 일컬어지는 태극무공훈장을 받았지만 전과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전쟁사에는 심 소령이 개전 직후 벌어졌던 몇 차례 전투에서 북한군 자주포 3대를 격파하는 등 뛰어난 전공을 세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매체는 오히려 심 소령이 대전차포를 남겨둔 채 후퇴했다는 등의 보도를 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공방은 국방부가 전담 기구를 만들어 7개월간 조사를 한 뒤 마무리됐다. 국방부는 여러 가지 기록과 관계자들의 증언, 사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심 소령의 무공이 ‘역사적 사실’이란 결론을 내렸다. 또 태극무공훈장도 국무회의 등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적법하게 수여됐다고 언급했다.

심 소령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무공훈장의 무게감 때문이다. 무공훈장은 전시나 그에 준하는 비상상황에서 전투에 참가해 뚜렷한 전과를 올린 군인에게 주어진다. 목숨을 버릴 정도의 용맹함이 없다면 받을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심 소령에 대한 언론보도는 그렇게 귀중한 훈장이 혹시 일부 세력의 조작에 의해 엉뚱한 사람에게 수여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서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나라 군대에는 태극, 을지, 충무, 화랑, 인헌 등 다섯 종류의 무공훈장이 있다. 평시에는 수여 대상을 찾기 힘든 까닭에 대부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에게 돌아갔다. 특히 3년간 지속됐던 한국전쟁에서는 무수한 전투가 치러졌길래 출중한 전공을 세운 군인도 아주 많았다. 국방부 집계를 보면 한국전쟁과 관련한 무공훈장 수여 대상자는 16만2950명에 이른다.

하지만 언제 불귀의 몸이 될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무공훈장이 당사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는 어려웠을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상급부대는 훈장 대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약식 증서’를 발급했는데 이마저도 해당 용사가 전사하거나 종전 후 생업에 종사하느라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 사장되기가 일쑤였다. 이런 이유 등으로 훈장을 받지 못한 이는 전제 수훈자의 3분의 1가량인 5만4691명이나 된다.

국방부가 호국보훈의달을 맞아 대대적으로 무공훈장 주인 찾기에 나섰다. 조사단 구성과 함께 사업 예산 60억 원도 편성했다. 생존 참전용사의 평균 나이가 90대 언저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진작 이뤄졌어야 했을 일이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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