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 만들기는 성형 수술의 최고 목표인 듯하다. 도시철도역 광고판에 넘쳐나는 광고는 성형미인의 얼굴로 도배되어 있으니.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라 수술 후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들로 의사들은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가장 완벽한 성형수술로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얼굴을 안겨준 최고의 의사 한 사람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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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의 영국. 30만 명의 영국군 장병이 6월 4일 덩케르크를 무사히 탈출한 후 7월 10일부터 나치 독일은 공군력을 동원해 영국 본토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10월 말까지 ‘영국 전투’가 시작되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던 영국 공군은 철저한 방어전술을 구사해 독일 공군을 소모전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고, 히틀러는 마침내 영국 침공을 포기하고 소련으로 포문을 돌렸다. 기세 좋았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패전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독일의 폭격기 전단, 이를 요격하는 영국 전투기, 폭격기를 보호하려는 독일 전투기들이 영국 영공에서 엉겨 붙어 싸운, 공중전으로만 이루어진 ‘영국전투’ 기간 영국 군의관들은 아주 특이한 부상병들을 만났다. 불붙은 항공기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중증 화상 환자들이었다.
당시 영국 전투기는 프로펠러가 달린 단엽기였다. 조종석에서 보면 기수인 프로펠러와 조종석 사이에 엔진과 연료탱크가 있었다. 공중전이 벌어지면 조종석 안에 있는 조종사가 피격되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엔진이나 연료통에 적탄을 맞아 발생한 화재로 변을 당했다. 비행기가 앞으로만 날아가는 기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종석 앞쪽의 화재는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조종석으로 옮겨간다. 조종사는 비좁은 조종석 안에서 꼼짝달싹 못 하고 불길 속에 갇힌 채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화상을 입은 부상병들은 런던의 이스트 그린스테드에 있는 퀸 빅토리아 병원 영국 공군 야전 재건 성형외과로 후송되었다. 이곳에는 뉴질랜드 출신 성형외과 의사 아치볼드 매킨도(Archibald McIndo)가 이끄는 의료진이 화상 환자만 전담하고 있었다. 조종사들은 얼굴과 손에 중증 화상이 집중되었다. 매킨도는 신체의 다른 부위에 있는 온전한 피부를 떼어와 얼굴과 손에 이식해 얼굴과 손을 복원했다.
매킨도는 600명이 넘는 부상병을 치료해주었지만 정작 환자들의 반응은 의사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부상병들은 수술 후 복원된 자신의 끔찍한 몰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복원 수술도 소용없다는 듯 병사들은 좌절했고 가족과 친구들의 면회마저 거부했다. 물론 매킨도의 수술로 병사들이 정상적인(?) 얼굴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이전의 화상 환자들이 받았던 치료 결과와 비교하면 분명 훨씬 나은 수술이었지만 얼굴 복원에 대한 병사들의 만족도는 낮았다. 매킨도는 수술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부상병들을 심리적으로 재활하기 시작했다. 부상병들은 ‘기니피그 클럽’을 만들어 서로를 도왔다. 기니피그는 자신들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었고, 스스로 매킨도의 실험동물이 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수술은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실험 대상이 되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 매킨도는 잔뜩 주눅이 든 병사들을 병원 밖으로 내몰았다. 병사들은 병원 근처의 마을을 쏘다니거나 식당, 맥줏집, 영화관 심지어는 댄스홀에도 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거나 피하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매킨도가 마을 사람들에게 미리 협조를 당부해 두었던 덕택이었다.
기니피그의 몰골로 거리를 쏘다니는 그들은 바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적과 맞서 싸운 젊은이들이 아니던가? 주민들은 병사들을 아들이나 동생처럼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이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까닭에 필자는 역사상 최고의 성형 수술팀의 명예를 매킨도와 이스트 그린스테드 주민들에게 주고 싶다.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