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에 농락당한 기분입니다.”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어린이집 종일반 의무 운영’ 정책을 1년도 되지 않아 뒤집자 한 학부모가 한 말이다.
애초 시는 지역 전체 어린이집 1897곳을 대상으로 종일반을 의무적으로 운영한다고 했지만 직장·협동어린이집, 초등학교 내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종일반을 운영할 수 없다고 신고한 민간 어린이집까지 뺐다. 여기에 오후 6시 이후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이 없는 어린이집도 제외하기로 했다. 어린이집이 “저녁까지 남아 있는 아이가 없다”고 하면 대상에서 뺐다. 사실상 ‘의무’가 아닌 셈이다. 부산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 저녁까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구르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에 안도했던 부모들은 배신감마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시가 이렇게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맞다. 시가 종일반 의무 운영을 발표하자 보육계는 크게 반발했다. 저녁까지 남아 있는 아이가 없는데도 시의 정책에 부합하려면 보육교사가 연장근로를 하거나 전담교사를 별도로 채용해 빈 어린이집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 입장에서도 이런 곳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은 예산 낭비다. 그렇다면 시는 애초에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것인지, 왜 무리하게 종일반 의무 운영 정책을 추진한 것인지 묻고 싶다.
한편으론 시가 정책을 발표하면서 보육 현장을 지키는 보육교사의 입장을 얼마나 헤아렸는지 궁금하다. 보육교사들은 “종일반이 의무적으로 운영되면 우리 아이는 누가 돌보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지상 과제인 우리 사회에서 보육교사의 처우와 열악한 근로 환경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언론 보도를 통해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대하면 분노를 금할 수 없지만, 동시에 고된 육체적·감정적 노동을 견디는 보육교사의 현실도 외면할 수는 없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가 보육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이런 일은 전혀 이슈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사들은 부모들로부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도 견뎌야 한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시의 정책적 시도에 가정은 물론 보육계 등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길 기대해 본다.
사회부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