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사법연수원 23기인 윤 후보자가 문 총장(18기)보다 다섯 기수 아래라는 점에서 파격적 인사가 분명하다. 게다가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직에 낙점됐다. 기존 관례를 완전히 뒤엎은 것이어서 인사권자의 임명 의중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윤 후보자가 앞으로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이 된다면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검찰 내 적폐청산 등을 포함한 강력한 검찰 개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개혁 의지를 표명해 왔으나 내부 반발 등으로 인해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윤 후보자 지명에는 임기 중반을 넘긴 문 대통령의 염원 실현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면 윤 후보자는 개혁성향을 가진 인물로 분류된다. 특히 그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2년6개월가량 이어진 적폐청산 수사에도 대부분 참여했다. 또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강골 검사’라는 평판도 얻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 성향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낼 수 있는지는 별개의 일이다. 문 총장만 해도 개혁 적임자라는 당초 평가와 달리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청와대와 엇갈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금 검찰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여러 차례 자체 개혁을 선언하는 등 자정노력을 보여줬으나 결국에는 자기 식구 감싸기에 매몰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윤 후보자는 총장이 된다면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한 뒤 구태 혁파에 나서야 한다. 외압에 굴하지 않는 당당한 자세로 시대의 사명인 검찰 개혁을 이끄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