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화려한’ 기생충, ‘공허한’ 영화도시 부산 /임은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9 19:34:48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올해 칸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100주년의 쾌거이자 경사다. ‘기생충’은 개봉 17일 만인 지난 15일 누적 관객 800만 명을 넘어섰다.

기자는 11년 전 칸영화제 때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했다. 봉 감독은 2006년 ‘괴물’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2년 만에 옴니버스 영화인 ‘도쿄!’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받았다. 당시 영화제 측은 도쿄 출연 배우와 감독의 입장로를 상영관의 블루 카펫 대신 레드 카펫으로 격상시켰다. 레드 카펫은 공식 부문 경쟁작 관계자만 밟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였기에, 꽤 파격적인 대우였다.

그의 인기는 칸영화제에 앞서 찾았던 미국에서도 뜨거웠다. 2007년 9월 국제신문은 세계 영화의 심장부인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1.5세대, 2세대 ‘코리안-어메리칸’ 감독들의 디아스포라(이방인)의 삶을 취재했다. 그때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 말에 하나같이 “박찬욱, 봉준호”를 외쳤고, “두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으쓱해 했다.

영화 담당 기자로 일했던 기간은 ‘영화도시 부산’의 저력을 체감하던 시기였다. 미국 감독들은 기자가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 “부산국제영화제(BIFF) 최고”라며, 한달음에 달려와 취재에 응했고, 칸에서의 봉 감독은 차기작인 ‘마더’를 언급하며 “부산에서 꼭 촬영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 ‘마더’는 부산 남구와 동구에서 주요 장면을 찍었다.

칸영화제는 한국 영화계와 인연이 깊다. 2002년 임권택 감독 ‘취화선’(감독상)을 시작으로 2004년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2007년 이창동 감독 ‘밀양’(여우주연상), 2009년 박찬욱 감독 ‘박쥐’(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 ‘시’(각본상) 등 여러 수상작을 냈고, 마침내 올해 봉 감독이 마지막 퍼즐을 화려하게 채웠다.

같은 기간 칸과 부산의 거리도 한껏 가까워졌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01년 부임과 함께 거의 매년 BIFF를 찾아 김동호 전 BIFF 집행위원장과 막역한 우정을 쌓았다. 김 전 위원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겸손함, 성실함으로 세계 영화인들을 부산으로 모았고, BIFF를 통해 끊임없이 한국 영화를 해외에 소개했다.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최초로 영화 촬영 전반을 지원하는 기관인 부산영상위원회를 설립(1999년)해 원스톱으로 촬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영화인들은 부산에서 원 없이 작품을 찍고, BIFF가 펼쳐놓은 판에서 세계 유수 영화인들과 소통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2000년대 들어 칸에서 잇따라 들려온 낭보에는 부산이, BIFF가 깔아놓은 이 같은 토대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 ‘영화도시 부산’은 공허하게 다가온다. 2014년 불거진 영화 ‘다이빙벨’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신이 생겼고, 칸·베니스·베를린영화제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간 부산을 찾지 않고 있다. BIFF에 오는 국내 영화인도 줄어들어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문화시장’으로 기대됐던 오거돈 부산시장은 취임 1년이 되도록 뚜렷한 문화정책을 내놓지 않고, 수년 전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역 인재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부산은 한국 영화의 태동지다. 국내 최초의 극장으로 알려진 행좌(1903), 최초의 영화제작사인 조선키네마(1924)가 모두 부산에 있었다. BIFF가 부산에서 싹을 틔워 이른 시간 내 세계로 뻗어 나간 데는 깊게 뿌리 내린 ‘영화 DNA’도 작용했을 터. 이렇게 엉거주춤 제자리만 맴돌 수 없는 이유다.

때마침 BIFF가 제24회 영화제 100여 일을 앞두고 새 인물들을 영입하며 조직을 정비한다고 한다. 한국 영화 100주년인 만큼 그간의 부진을 씻고 재도약하기 좋은 때다. BIFF가 다시 본궤도에 올라 세계 영화인들이 앞다퉈 찾고, 한국 영화도 BIFF의 레드 카펫을 밟고 세계 무대에서 빛나길 바란다.

독자여론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3. 3올해 7개월간 ‘사이버 도박’ 검거 10대 267명…작년 전체보다 많아
  4. 4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5. 5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6. 6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7. 7[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8. 8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9. 9[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10. 10“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3. 3올해 7개월간 ‘사이버 도박’ 검거 10대 267명…작년 전체보다 많아
  4. 4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5. 5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6. 6[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7. 7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8. 8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9. 9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10. 10부산 부암고가교서 차량 4중 충돌, 5명 부상…한때 양방향 통행 통제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3. 3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4. 4[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7. 7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8. 8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9. 9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 10[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