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아무래도 부산경찰을 비롯한 전국 경찰관이 도로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것 같다.
다름 아닌 음주 운전자와의 전쟁이다. 거리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가 끊이지 않을 것이 눈에 선하다. “소주를 딱 한 잔만 했다”는 운전자와 “한 잔 아니라 반 잔만 마셨다 해도 절대 안 됩니다”라며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관 사이에 살벌하기까지 한 언쟁이 수도 없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이날부터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른바 ‘윤창호법’으로도 불리는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25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윤창호 씨의 안타까운 희생 이후 더 이상은 윤 씨와 같은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친구들이 국회로, 법원으로 뛰어다닌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단속을 강화하면서도 온갖 수단을 통해 ‘한 잔을 마셔도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라는 사전 홍보 활동을 해 오고 있지만, 딱 한 잔 운전, 숙취운전, ‘반주(飯酒)운전’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강화된 도로교통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의 경우에는 면허정지(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0.08% 이상의 경우에는 면허취소(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되며, 0.2% 이상일 경우에는 형을 더욱 가중해서 처벌하게 된다. 면허정지 처벌 최소 기준이 애초 혈중 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됐다.
음주량과 혈중알코올농도의 관계에 관한 공신력 있는 다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체중 65㎏인 성인 남성이 소주 2잔(100㏄) 또는 맥주 2잔(400㏄)을 마셨을 때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개개인마다 체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확연한 차이는 있겠지만, 단 한 잔의 술을 마시더라도 단속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강화된 새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면 단속대상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밤늦게까지 소주 한 병을 마신다면 8시간 숙면을 하더라도 다음 날 아침 0.05% 이상의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5개월간 부산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3~0.05% 미만의 수치로 훈방조치를 받은 운전자가 422명에 달한다. 개정된 법이 적용될 경우 이들 모두가 출근길 봉변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과 관련해 부산이라는 지역이 갖는 특별함이 있다. 법 개정 이유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과 함께, 부산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며 지역 명칭이 명확히 거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노력과 시민의식 개선으로 고 윤창호 씨 사고 발생일인 2018년 9월 25일 전후 8개월간을 비교하면 음주운전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21.9%(530건→414건) 감소했고, 단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는 27.4%(6652명→4830명)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시민의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음주사고로 인해 본인 또는 타인의 피해는 물론 한 가정이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는 결과를 생각한다면 이번 기회에 한 잔이라도 입에 대면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는 운전습관, 음주문화가 부산에서부터 확산되어 나갔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소주 한 잔’.
영화 기생충의 엔딩곡인 ‘소주 한 잔’은 다시 듣기가 가능하지만 ‘소주 한 잔 후 운전’은 한 사람의 인생이 ‘엔딩(Ending)’ 되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고 윤창호 씨와 그의 친구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간절한 호소가 아닐까 싶다.
부산지방경찰청 교통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