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하지였다. 본격적인 여름이다. 곧 후텁지근한 장마도 시작될 터. 날씨는 이미 섭씨 30도 가까이 오르며 숨 막히게 한다. 날씨뿐만이 아니다. 뉴스 또한 답답한 소식뿐이다.
북한의 목선이 삼척항에 ‘정박귀순’을 하는데도 청와대와 국방부는 ‘구멍 난 경계’를 숨기기에 급하다. 국방부는 레이더 장비가 낡아 포착 못 했다는 소도 웃을 변명을 늘어놓았다. 경계가 뚫린 것도 용서받기 힘든 일인데 이를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마저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도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벌써 7개월째 내리막이다. 주력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부진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대중국 수출 타격이 크다. 문제는 반등 시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갈등은 거의 전쟁 수준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G20정상회의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대중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게 뻔하고 우리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청와대가 지난 주말 경제라인의 투톱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교체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게 분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개문발차’한 국회는 곧바로 ‘개점휴업’ 상태로 들어갈 모양이다. 한국당은 말로만 심각한 경제를 살리자고 외치면서 정작 76일 만에 열린 국회에는 들어올 생각이 없다. 마치 국회를 거부할 핑곗거리만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런 야당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인사청문회와 수돗물 등 현안이 있는 상임위원회에만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국회 정상화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여기까지 전 국민이 느끼는 답답함이니 그렇다 치자. 얼마 전 중앙 언론의 기사 하나가 지역민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내년 3월 말 부산~헬싱키 노선이 주 3회 열린다. 김해공항에서 9시간 만에 유럽으로 직항할 수 있게 됐다. 지역주민들은 숙원이 해결됐다고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한데 한 보수신문이 “느닷없는 부산~헬싱키 노선,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는 삐딱한 기사를 실었다. 노선 신설로 국적항공사 승객이 감소할 우려가 있고, 인천공항에 집중하는 정책과 배치되고, 해외 항공사가 이익을 챙겨간다는 억지였다.
친재벌적이고 수도권 중심 시각의 기사에 뿔난 지역민들이 댓글로 질타했다. 170개가 넘는 글이 달렸는데 상당수가 울분을 토하는 글이었다. 거친 표현이지만 몇 개를 그대로 옮겨본다.
“서울 사는 인간들만 국민이고 부산·영남권 시민은 외국인인가. 서울 인간들이 부산서 인천공항 거쳐 외국으로 가는 불편을 알기나 하나. 영남권 주민들이 인천공항 가는 길이 돈과 시간을 잡아먹고 생고생을 하는데 단지 서울 산다고 허튼소리로 배 부른 소리를 하나.” “국내 항공사들 뿔은 보이고, 지방민의 뿔은 정녕 안 보입니까? 국토교통부는 땅콩회항과 갑질로 범벅된 업체의 이익을 위해 업체 이익의 수십 배에 달하는 비용과 희생을 지금까지 지방민에게 부담시켜 왔습니다.” “기자한테 전날 밤에 부산 와서 자고 새벽에 환승해서 외국 나가라고 하면 아주 욕하고 돈 내놓으라고 난리 칠 듯.”
무슨 이 따위 기사가 있느냐고 욕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대다수 사람이 보는 모바일 뉴스판에는 이런 시각의 기사가 넘쳐난다. 온라인은 수도권 편향적인 뉴스가 장악했다. 중앙매체들만 뉴스판에 들여놓은 포털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은 뉴스는 온라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공항 문제는 또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다. 부울경 단체장들이 국토부와 합의를 했다. 김해신공항 사업 검증을 총리실로 이관한다는 내용이다. 부울경 단체장들이야 이를 계기로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동남권 관문공항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다. 대구 경북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일전을 치를 태세다. 지난 주말 김부겸 의원 등이 엄청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애초 합의했던 5명 단체장이 다시 만나는 형식적 절차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또다시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똑 부러진 해결책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 아닌가. 이와 관련해서도 아마도 네이버 뉴스판에서는 중앙매체들이 갈등을 중계방송만 하는 기사들을 쏟아낼 것이다. ‘촌동네에 무슨 관문공항이냐’는 시각도 다시 등장할 것이다. 지역민에게 신공항은 지역의 명운이 걸린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중앙언론들의 눈에는 그저 ‘촌놈’들이 펼치는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는 이래저래 답답하고 숨 막히는 여름이 될 것 같다.
디지털미디어국장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