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에 끌려가 죽음을 기다리는 소를 본 사람은 한동안 고기 먹기가 쉽지 않다. 고기를 먹으려 하면 죽기 직전의 그 소가 떠오르는 탓이다. 이른바 ‘시각의 연상 작용’이다. 제물로 바쳐지는 소를 차마 볼 수 없었다는 제나라의 선왕만 유난히 연상작용이 발달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다들 그렇다. ‘녹조 라떼’가 된 낙동강을 본 부산시민도 연상 작용에 시달린다. ‘녹조가 입으로 들어간다’는 상상은 부산 사람들을 벗어나기 힘든 괴로움에 빠트린다.
이 찝찝한 상상은 그저 느낌만이 아니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를 보면 여름철 낙동강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공업용수 수준이다. 근거 있는 연상 작용은 맑은 물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여전히 뜨거운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데 유독 회동수원지에는 연상 작용이 잘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부산 금정구는 최근 수원지 일대를 관광 자원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수원지 위를 지나는 생태탐방로를 만들고, 수원지와 인근 아홉산을 잇는 출렁다리를 놓을 계획이다. 주차장도 새로 짓는다. 부산상수도사업본부 또한 생활 오·폐수를 갖춘 지역에 한해 개발을 제한하는 제도인 상수원보호구역의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질오염 방지 대책은 미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수원지 주변 곳곳에는 무허가 음식점 등 불법 건축물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수질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당장 더러운 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앞으로도 깨끗할 것으로 여기는 것은 책임 행정의 자세로 보기 힘들다.
현재 회동수원지는 2, 3등급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낙동강과 비교하면 훨씬 깨끗하다. 1964년부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일대의 개발을 제한해온 덕분이다. 평소에는 부산 동래구 등 일부 지역에만 식수로 제공되지만, 낙동강 물이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될 때는 상당수 시민의 비상식수원으로 사용된다. 부산시가 남강댐 물을 가져오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그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천혜의 경관을 활용하고픈 지자체의 구상과 오랜 세월 재산권을 침해당해온 지역 주민의 심경이야 깊이 이해된다. 그러나 물은 한번 오염되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 맑은 물이 유지될 때 필사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굳이 오염된 회동수원지를 연상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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