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북한 개량 해금 연주자와 남북한의 전통악기에 관한 인터뷰와 연주를 함께한 적이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전에는 북한의 악기 연주자를 직접 만나 그곳의 전통음악과 악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연주할 계기가 없었다. 다만 전공자로서 북한에서 전수한 재일동포 음악가들의 음악을 연주회나 음반을 통해 접한 것이 전부였다. 이미 국립국악원에서는 2014년부터 남북교류와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전통예술에 대한 학술회의를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다. 우리가 대중매체로 접할 수 있는 북한 음악은 올해 초 남한을 방문한 북한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처럼 서양악기로 구성된 연주자들과 맑고 높은 창법으로 부르는 북한의 대중적인 노래 정도가 아닐까 한다. 북한이 전통악기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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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개량해금. 국립국악원 제공 |
북한은 일찍이 1960년대부터 전통적으로 계승해오던 국악기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개량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정확한 음높이와 악기의 음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였다.
개량된 국악기는 1970년대에 이르러 민족악기로 불리며 상용화되었다. 이러한 북한의 악기 개량 사업의 본보기는 문화혁명 때 서구식 평균율에 맞게 악기를 개량했던 중국의 사례와 서양의 오케스트라 구성 악기 구조의 많은 부분을 참고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15세기 편찬된 조선 시대의 악서 ‘악학궤범’에 전하는 악기 모습이 지금까지 전승되고, 악기 개량의 경우 일부에 관해 시도되었으나 북한처럼 국가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이렇듯 남북한의 전통악기는 각각 다른 가치를 지닌 모습으로 전승되고 있다.
북한 개량 해금을 실물로 보니 악기를 세워 활대로 연주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해금과 동일하지만 악기의 생김새는 사뭇 달랐다. 두 줄 사이에 활대를 앞뒤로 마찰시켜 소리를 내지만, 북한의 개량 해금은 바이올린처럼 지판을 달고 줄 수를 2개에서 4개로 늘려 줄 위에서 소리를 낸다. 연주하는 모습은 세로로 세운 바이올린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 개량 해금과 한국의 피리가 함께 어떤 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필자는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1960년대를 기점으로 북한에서 궁중음악인 정악은 부패한 왕족이나 귀족들이나 즐기던 음악으로 비판되었고, 민속악은 악기를 서양의 평균율에 맞추어 개량된 악기로 연주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 악기 연주자는 피리를 직접 보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하며 필자에게 ‘노들강변’을 함께 연주해볼 수 있겠냐고 제안했다. 남한의 피리와 북한의 개량 해금으로 함께 연주한, 1930년대 발표된 신민요 ‘노들강변’. 남북한의 악기에 관해 주고받은 많은 대화보다 짧은 곡을 연주하면서 느낀 강한 여운은 다음을 기약하며 또 다른 꿈을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