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한 달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검찰의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사건의 실체가 축소·은폐되거나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자백, 조작된 증거를 제때 걸러내지 못했다”며 국민 기본권 보호 책무를 소홀히 한 사실을 인정했다.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내지 못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하여 사법적 판단이 끝난 후에도 논란이 지속되게 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다.
문 총장의 사과는 당연하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재조사한 17건의 과거사 사건 중 부산 형제복지원 등 8건에 대해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배우 고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처럼 증거 인멸 등으로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사건들에서도 불공정 수사 정황이 숱하게 드러났다. 이로 인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인생을 망친 피해자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니, 사과를 아무리 많이 한들 피해를 구제하기에는 역부족일 따름이다.
진정한 속죄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문 총장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나가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선 그리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다.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문 총장의 반대 의견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담보 방안은 보이지 않은 채 수사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기소권·공소유지권 등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집념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검찰의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어제 외에도 4차례의 사과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문 총장은 그 의지를 구현할 수 있는 합리적, 현실적 방안을 강구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젠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 임무는 차기 검찰총장에게 넘겨야 한다. 차기 총장이 정권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대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