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법원을 통해 채무를 유예 받는 제도를 일반적으로 법정관리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기업회생제도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적 실패를 다루는 도산절차 중에서 재건형 절차인 ‘회생’은 사업의 재건과 영업의 계속을 통한 채무 변제가 주된 목적인 반면 청산형 절차인 ‘파산’은 채무자 재산의 처분·환가와 채권자들에 대한 공평한 배당이 주된 목적이다.
회생이 가능한 채무자라면 굳이 청산시키는 것보다 계속 존속하게 하면서 순차적으로 채무를 변제하게 하는 것이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유리하고, 사회·경제적으로도 유리하기 때문에 법은 파산절차보다 회생절차를 우선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의법, 회사정리법 등의 이름으로 도산절차에 관한 법이 나눠져 있었으나, 2005년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통합도산법으로 새로 제정되면서 개인과 기업의 회생과 파산절차를 모두 규정하고 있다. 통합도산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과거 회사정리 절차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존 대표자의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과거회사정리법에서는 기존 대표자를 회사 경영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경영권 박탈을 우려한 대표자가 회사정리절차 신청을 기피했는데, 지금은 재산유용이나 은닉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대표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회생절차를 이용하는 부담이 훨씬 덜해졌다.
과거 IMF사태 이후 기아자동차, 대우건설, 진로, 해태제과 등 수많은 대기업이 회생절차를 이용해 재건에 성공했고, 최근에도 동부건설 쌍용건설 등의 대기업들이 회생절차를 통해 재건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정관리’라는 이름에 눌려 회생절차 이용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채무자가 회생신청을 하면, 법원은 회생절차개시 요건을 검토하고, 회생절차신청이 성실하지 않은 경우나 회사를 현재 시점에서 청산할 때 채권자에게 더 이익이 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회생절차를 개시하게 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 압류 경매신청 등의 채권회수를 위한 법적조치들을 할 수 없고, 채무자도 채권자들에게 함부로 변제를 할 수 없으며, 재산을 처분할 수도 없다. 이렇게 채무변제가 유예됨으로써 채무자는 부족한 자금이나마 통상적인 영업활동에 투입할 수 있게 되고, 질서정연하게 사업을 재정비하는 데 전력투구할 수 있다.
일반채권자뿐만 아니라 담보채권자 역시 이러한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 파산절차와 큰 차이점이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가장 중요한 절차는 채무자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회생계획안에 대해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채무자는 통상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되는데, 회생계획안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10년 동안 채무 원금의 일부를 변제하는 것으로 제출된다. 채무 변제기간이 짧고, 변제율이 높으면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가 쉽겠지만, 채무자 입장에서는 가급적 적게 변제하는 것이 낫다는 점에서 적정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채무자가 임의로 변제율을 정할 수는 없고, 계속가치로 산정된 범위에서만 변제율을 정할 수 있다. 통상 회생담보권의 경우는 원금과 이자까지도 변제하는 것으로 회생계획안이 제출되지만, 회생채권의 경우는 채무 원금의 50% 이상을 변제하는 경우가 잘 없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회생절차로 회사의 매출만 감소되지 않는다면, 채무는 10년 동안 일부만 변제하면 되고, 수익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재무구조가 건전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재 법원에서는 채무자가 회생계획안에 따라 1회만 변제를 하면 회생절차를 조기종결하여 법원의 관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생계획안에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고, 1회만 변제를 하면 회생신청이 없었던 상태와 같이 자율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생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이유가 될 수 있다. 법정관리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더는 회생절차 이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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