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벌써 지난달 38도의 폭염을 겪었다. 미세먼지는 이제 극한의 공포 수준이 됐다. 서울과 부산은 물론 전국 도심의 잿빛 하늘이 이젠 낯설지 않다. 집마다 환기를 위해 열었던 창문을 죄다 닫아걸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0년 이후 한국이 중국 인도와 함께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암담한 현실은 주거 환경에 대한 요구를 바꿔 놨다. 올해 초 발표된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그간 주택 구매의 제1 요건으로 삼았던 교통 편리성(24%)보다 숲 환경(35%)을 더 선호했다. 이른바 ‘숲세권’이 역세권을 제친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도시 밖 전원생활도 동경한다. 쇼핑 등 편의성(19%), 교육환경(11%), 직장과 집이 가까운 직주근접(7%), 기타(4%)의 요건들은 뒤로 훌쩍 밀려났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삼림 방문객 비율도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녹화사업에 치중하는 것도 민심을 읽은 결과물이다. 예컨대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300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숲은 과연 우리 건강에 얼마나 유익할까. 국립산림과학원의 실험 결과 도시숲은 폭염을 무려 3도 이상 낮춰준다. 미세먼지 흡수 효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축구장만 한 활엽수 숲이 연간 68t의 미세먼지를 정화한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40% 이상 줄여준다. 서울시도 녹화사업으로 경유차 6만4000대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덜고 에어컨 2400만 대가 상승시키는 만큼 기온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숲은 남녀노소의 건강에 좋은 곳이지만, 특히 어린 나이일수록 더 유익하다. 유아 및 아동기는 일생 중 활동 욕구가 가장 왕성할 때다. 이 시기의 활동은 정상적인 발육과 건강한 인체 조직의 완성을 결정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오염된 환경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도록 내버려 둘 부모는 없다. 뛰고 달릴수록 나쁜 공기를 더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호흡기관 등의 조직들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아이에겐 평생 고질병이 생긴다. 따라서 어린 시기엔 맑은 공기 속에서 맘껏 뛰놀며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숲은 공기도 깨끗하지만 산소 농도도 일상공기보다 2, 3%나 더 짙다. 또 그 속엔 우리가 보약처럼 여기는 피톤치드도 듬뿍 함유돼 있다. 피톤치드는 잎을 뜻하는 파이톤(phyton)과 죽음을 뜻하는 사이드(cide)의 합성어다. 즉, 식물이 자기방어를 위해 내뿜는 살균, 살충 물질이 피톤치드다. 피톤치드 성분 중 가장 으뜸은 테르펜(terpene)이다. 숲의 상큼한 향이 바로 그것이다. 테르펜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행복감을 키워준다. 아토피, 기관지염, 소아암, 각종 소아질환들을 예방하고 치유해 준다.
숲에 가득 찬 음이온도 아이들의 건강한 발육을 돕는다. 언젠가 TV에서 태아를 초음파로 관찰했다. 자동차 소리 등의 양이온일 때 몸을 바짝 움츠렸던 태아는 숲의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듣곤 경쾌하게 태동했다. 활짝 웃기도 했다. 숲 소리를 들으며 자란 태아는 조직 성장이 왕성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숲의 음이온은 도시보다 14~70배나 많다.
숲에선 어떤 운동이든 좋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거나 뛰어도 좋다. 숨바꼭질 놀이도 좋다. 가만히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명상과 심호흡을 해도 좋다. 좋은 부모는 아이를 숲으로 데려간다. 거기에서 아이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란다. “아이를 숲에 맡기라”는 아동교육의 아버지 루소의 주장이 폭염과 미세먼지에 허덕이는 요즘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