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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라떼파파’의 필요조건 /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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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26 19:29:1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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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서민이 즐겨 먹는 삼계탕 한 그릇의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각종 재룟값이 오른 데다 높은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도 원인을 제공했다고 한다.

냉면값 역시 1만 원을 훌쩍 넘는 식당이 등장했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역시 비슷하다. 이젠 삼계탕집이나 냉면집 앞에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며 망설이는 사람도 많아질 듯하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안겨줘서 복지 수준을 높여 주기 위해서는, 누군가 상응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 이 비용은 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만 지는 게 아니다. 소비자도 비싼 삼계탕값을 감내해야 하는 등 모든 경제 주체가 분담해야 한다.

요즘은 오후 3~5시 영업하지 않는 식당도 꽤 많다. 종업원의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한다. 식사 주문을 직원에게 하는 대신 테이블 위의 컴퓨터로 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참아야 한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가전업계도 에어컨 성수기를 앞두고 에어컨 설치와 AS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자칫 여름이 다 지나간 후에나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전격적인 주 52시간 도입의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우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조금은 뜬금없을 것 같은 얘기를 꺼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4일 스웨덴 방문 중 ‘라떼파파’(한 손에 커피를 든 육아하는 아빠)를 만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라떼파파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아직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면 ‘출세를 포기한 남자’라고 할 만큼 직장에서 두려움이 있다”며 “한국 남자도 용감하게 휴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달 초 한국 라떼파파 간담회에서 “육아휴직을 용기 있게 선택한 여러분은 선구자”라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스웨덴은 남성 육아 휴직 대상자의 96%가 육아 휴직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남녀 할 것 없이 육아휴직 사용자가 적은 데다 남자는 전체 육아휴직자의 18%(1만7662명)에 그친다. 김 여사의 표현대로라면 스웨덴 아빠들이 한국 아빠보다 훨씬 ‘용기’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과연 육아휴직이 단순히 용기만 있다면 될까. 가깝게 지내는 한 친구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 늦둥이 아들을 키우느라 몇 해 전 부인이 3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의사 표현도 제대로 안 되는 애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폭 쪼그라든 수입을 감수해야 했다. 부부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생활비 절약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이 친구는 지금 생각해도 육아휴직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적잖은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털어놓곤 한다. 노동연구원의 다른 보고서를 보면 한국 남성은 원래 받던 임금의 33%(소득대체율, 2016년 기준)를 육아휴직 수당으로 받는다. 이와 달리 스웨덴의 소득대체율은 76%이고, 노르웨이는 98%다. 2017년 이후 한국이 수당을 좀 올려서 소득대체율이 좀 상승했을 테지만 스웨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단순한 당사자의 수입 감소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남자 후배 기자가 육아휴직에 들어가 현재도 휴직 중이다. 이 후배의 육아휴직 선언에 주변에서 적잖이 당황해 하던 기억이 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처럼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나머지 직원이 업무를 분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잘 아는 육아휴직 당사자는 휴직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의 59%가 300인 이상 대기업의 직원이다. 중소기업의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하기엔 아직 높은 벽이 있다.
굳이 심각한 출산율 감소, 여성들의 사회 진출 확대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라떼파파는 앞으로 더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여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비용으로 귀결된다. 배우자의 소득이 높다면 모를까, 용기만 갖고는 육아휴직을 결행하기가 쉽지 않다. 라떼파파의 소득대체율을 높여줘야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생활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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