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80만 명의 독일 북부 도시 함부르크에는 매년 500만 명이 찾는 시립미술관이 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미술관에 가는 것일까. 유럽 두 번째 항구도시라 불리는 함부르크는 부산시의회와 우호교류협약을 맺은 도시로 닮은 점이 많다. 요 근래 부산시의회는 부산과 비슷한 환경에서 어떤 새로운 일들이 시도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그곳을 다녀왔다.
창고 도시라는 뜻을 가진 ‘슈파이셔슈타트(Speicherstadt)’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에서 창고가 가장 많이 모인 지역이다. 과거 함부르크항의 활력을 엿볼 수 있는 그곳을 함부르크시는 도시재생을 통해 ‘하펜시티(HafenCity)’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하펜시티가 조성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그 동네를 걷다 보면 ‘우리 부산 북항의 미래를 여기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 창고를 활용해 원래의 용도를 그대로 유지한 곳, 리모델링해 다양한 공간을 만든 곳, 아예 새 건물을 지어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 곳도 있다. 도시재생의 다양한 형태를 그곳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제는 함부르크의 상징이 된 엘베필하모니홀은 하펜시티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창고 건물을 활용해 공연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2007년이었다. 한화 1000억 원의 예산으로 시작한 공연장 사업을 완성하는 데 시간은 애초 예상보다 3배, 예산은 10배가 더 투입됐다.
엘베필하모니홀은 2100석 규모의 전용 콘서트홀과 550석 규모의 복합 공연장으로 구성됐고, 국내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로 무대와 객석이 배치돼 있다. 운 좋게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가졌는데, 무대 위의 공연보다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더 인상적이었다. 마치 무대를 즐기기 위해 일상을 견딘 사람들처럼 보인 것은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2017년 1월 개관한 엘베필하모니홀은 365일 중 하루도 공연하지 않는 날이 없고,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이라고 한다.
엘베필하모니홀도 건설 과정에서 수많은 논쟁이 발생했다고 한다. 애초 공연장은 창고 리모델링을 통해 만들 계획이었다. 창고 옥상을 활용하려던 계획은 설계를 거치면서 점점 더 높아지고 넓어졌다. 수많은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끝내 준공에 이르렀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함부르크 시의원은 공연장을 돈 먹는 하마로, 약속이란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금 공연장은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른다.
이제 부산으로 돌아오자. 지금 부산에는 두 곳의 공연장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항에 자리 잡을 부산 대표 공연장과 부산국제아트센터가 논란의 중심이다.
시민의 문화 향유와 미래의 주력 산업으로 관광을 꼽는다면 두 공연장은 모두 건설해야 마땅하다. 그동안 벌어진 수많은 논쟁은 부산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 틀림없다. 현재의 다양한 지적은 대부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두 곳의 공연장은 무조건 시민을 중심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 관광의 거점이 되려면 시민의 호응이 먼저고, 관광보다 시민의 만족이 우선이다.
앞으로 우리 부산이 가질 공연장은 시민이 만들 수 있게, 시민이 그 색깔을 입히도록 해야 한다.
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그리고 공간의 프로그램을 잘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오늘을 즐기는 시민이 내일을 만들고, 전문가의 안목으로 더 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여 부산에는 크고 작은 공연장이 제법 있다. 이들과의 연결 지점을 찾아 각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할을 재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함부르크 시민은 시립미술관을 연간 수차례 이용하고, 엘베필하모니홀을 기대에 가득 차 방문한다. 그들에게 그 공간은 안식처이다.
부산시민에게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공간은 시민이 원하는 것으로 채워져야 한다. 시민이 배제되고 시민의 의지가 담기지 않는다면 아무리 거대하고 화려한 공연장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부산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부산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