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 오늘이다. 23년 만에 지방권력을 교체한 오거돈 부산시장으로선 누구보다 뜻깊은 날이었다. 전날이 휴일이어서 이날 오후 북항에서 대규모 취임식을 예정했지만 태풍이 내습해 전격 취소됐다. 그 대신 오 시장은 태풍 피해가 우려되는 현장 등을 돌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나름대로 공을 들인 취임식이 예기치 않게 취소됐으니 아쉬움이 없지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형식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전날 오 시장은 약식 취임식을 통해 시민 안전과 함께 동북아 해양수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일성으로 새 시정의 방향을 밝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고 적지 않은 일이 있었다. 단순한 1년이었지만 임기 초 시정인 만큼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전임 시장과의 차별성을 포함해 향후 시정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기여서다. 당연히 이런저런 평가가 나온다. 대체적으로 요약하자면 평가는 박한 편이다. 나름대로 돌파력을 갖고 추진한 업적도 있지만, 경제와 일자리 분야에 성과가 미흡하다는 게 대다수 지적이다. 경제라는 게 지방자치단체장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니 아쉬운 점도 있겠다. 어쨌든 오거돈 시정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경고등 중에서도 한 조사가 유독 눈에 띈다. 부산시공무원노조가 오 시장 체제 출범 1년을 맞아 본청 직속기관 사업소 시의회 등 13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에서 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오거돈 시정 1년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것은 그렇다 치자. 일반 시민의 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시정을 움직이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들어가면 문제가 좀 달라진다. 대상자의 77%가 정무라인을 꼽았고, 시장이 움직인다는 답은 고작 16%에 불과했다. 이른바 ‘굴러온 돌’이 시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다.
지난 1년간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예상된 결과다. 더구나 설문 대상이 시 공무원인 만큼 더욱 그렇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이른바 정무라인과 시청 공무원 조직 간 갈등이 심심찮게 불거졌으니 ‘굴러온 돌’에 대한 평가가 후한 게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른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어느 지자체나 이들 간의 알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함께 시정을 이끌어 가야할 동반자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게 오 시장으로선 바람직한 건 아니다.
‘늘공(늘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갈등은 오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대다수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사안이다. 특히 새롭게 취임한 지자체장으로서는 뿌리 깊은 ‘늘공’의 벽을 넘기 위해 자신 만의 정무라인으로 돌파구를 찾기 마련이다. 오 시장 또한 누구보다 오랜 부산시정 경험을 통해 변화를 꺼리는 관료주의의 실상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취임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강력한 정무라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으리라 본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 등 조직의 잇단 반발과 비판을 무릅쓰고 올 초 정무라인을 오히려 더 보강하기까지 했다.
이런 내부 비판을 딛고 지나온 오 시장 특유의 뚝심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긴 하다. 다만 정무라인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이 시 공무원 외에도 확산돼 있다면 문제는 또 다르다.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지역 전문가 70명과 회원 95명 등 1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 1년 시정의 문제점을 순위별로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문가 집단은 ‘정무라인 인사 의존의 시정 운영(20%)’을 1순위로 꼽은 것이다. 공무원 내부의 평가야 그렇다 해도, 외부 인사에게까지 이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 마냥 뚝심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무라인의 존재 자체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시라는 큰 조직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어서다. 그래선지 전임 시장 시절엔 한때 정무라인이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필요성과는 별개로 정무라인은 너무 나서도 문제고, 조용해도 문제일 정도로 어려운 자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둘 사이 적절한 선을 지킨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지속적인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어제 일부 정무라인이 결국 사퇴했다. 이유야 어떻든 오 시장과 정무라인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취임 초 시정 개혁을 위해서는 외부의 새로운 시각과 강한 추진력이 불가피한 측면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년 정무라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여러 구설을 더 나은 시정을 향한 성장통으로 보고 싶다. 다만 이런 평가는 임기 초 한때로 족하다. 남은 임기에도 계속 잡음이 흘러나와서는 결코 성공적인 시정을 장담할 수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