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대통령도 즐긴 화포 메기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03 19:26:09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음식은 더러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메기국을 먹으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쫀득한 메기살에 숙주와 부추를 넉넉히 넣은 화포 메기국.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가족과 함께 찾은 음식점이 김해시 한림면의 ‘화포 메기국’이다. “메거지(메기의 김해 사투리) 맛이 옛날 그대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로도 여러 번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보좌진과 경호원을 대동할 수밖에 없는 신분이다 보니 다른 손님들께 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길이 그리 잦지는 않았다. 그 대신 ‘찜통’을 보내와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강의가 있어 김해에 들른 김에 모처럼 화포 메기국을 찾았다. 김해시 진례면 산본리 용지봉에서 발원한 화포천은 진영읍 한림면 생림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화포천 주변에는 1.184㎢에 이르는 장대한 화포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화포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김해의 대표적인 자연습지 하천이다. 고향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은 바로 이 화포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에 전념했다.

진영읍을 지난 화포천은 한림면 초입에 이르자 물길을 틀고 폭이 좁아진다. 그 오른편에 한림면 안하리가 있다. 왕복 2차로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화포천과 화포 메기국이 마주 보고 있다. 화포 메기국 맞은편엔 어은마을이라 이름 붙은 버스정류장이 있다. 어은(漁隱)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고기가 숨는다’는 뜻이다. 주로 강이나 개울 근처에 붙은 지명으로 전국적으로 흔히 볼 수 있다. 지명이 붙을 당시만 해도 은어 잉어 붕어 메기 피라미 등 각종 민물생선이 많았을 것이다. 지형과 지명과 음식점의 입지가 연출하는 스토리텔링이 탁월하다.

화포 메기국은 탁월한 입지만큼이나 국물 맛 또한 명불허전이다. 예전에야 화포천에서 잡히는 자연산 메기를 썼겠지만 지금은 양식 메기를 사용할 터, 하지만 그 맛은 전혀 아쉽지 않다. 담백한 메기 국물에 숙주와 부추가 아낌없이 들어가 개운함을 더한다. 숙주의 아삭함과 메기살의 쫀득함에 부추의 풍미까지 곁들여지니 탕임에도 불구하고 씹는 맛까지 즐겁다. 어지간한 성인이라면 기어코 바닥을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다.

어쩌면 이리도 깊고 담백한 맛을 낼까? 메기는 기름기가 많고 특유의 진흙 냄새가 있어 다루기 쉽지 않은 민물생선이다. 그걸 가지고 진국만 우려내고 기름기와 냄새를 제거하자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국물을 내는 동안 옆에 붙어서 끊임없이 거품과 기름기를 제거해야만 했다. 예전 김해의 어머니들을 그렇게 부뚜막에 앉아 메기국 한 솥을 끓여 가족들을 먹였을 것이다. 가족을 위하는 정성 앞에서야 느끼함과 잡내 따위가 자리 잡을 틈은 없다. 정성으로 끓여낸 국 한 그릇에는 그래서 사람을 위하는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어쩔 수 없는 ‘김해 촌놈’이었던 그는 본능적으로 그 맛에 스며 있는 정서를 알았을 것이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7. 7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0. 10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6. 6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7. 7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8. 8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3. 3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4. 4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5. 5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6. 6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7. 7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8. 8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10. 10고리 3·4호기, 오늘 계속운전 심의…의결 땐 2035년까지 전력 더 생산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6. 6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7. 7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8. 8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사하구 장림동 아파트 주차장서 화재…승용차 엔진룸서 불길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