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더러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메기국을 먹으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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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쫀득한 메기살에 숙주와 부추를 넉넉히 넣은 화포 메기국. |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가족과 함께 찾은 음식점이 김해시 한림면의 ‘화포 메기국’이다. “메거지(메기의 김해 사투리) 맛이 옛날 그대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로도 여러 번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보좌진과 경호원을 대동할 수밖에 없는 신분이다 보니 다른 손님들께 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길이 그리 잦지는 않았다. 그 대신 ‘찜통’을 보내와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강의가 있어 김해에 들른 김에 모처럼 화포 메기국을 찾았다. 김해시 진례면 산본리 용지봉에서 발원한 화포천은 진영읍 한림면 생림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화포천 주변에는 1.184㎢에 이르는 장대한 화포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화포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김해의 대표적인 자연습지 하천이다. 고향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은 바로 이 화포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에 전념했다.
진영읍을 지난 화포천은 한림면 초입에 이르자 물길을 틀고 폭이 좁아진다. 그 오른편에 한림면 안하리가 있다. 왕복 2차로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화포천과 화포 메기국이 마주 보고 있다. 화포 메기국 맞은편엔 어은마을이라 이름 붙은 버스정류장이 있다. 어은(漁隱)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고기가 숨는다’는 뜻이다. 주로 강이나 개울 근처에 붙은 지명으로 전국적으로 흔히 볼 수 있다. 지명이 붙을 당시만 해도 은어 잉어 붕어 메기 피라미 등 각종 민물생선이 많았을 것이다. 지형과 지명과 음식점의 입지가 연출하는 스토리텔링이 탁월하다.
화포 메기국은 탁월한 입지만큼이나 국물 맛 또한 명불허전이다. 예전에야 화포천에서 잡히는 자연산 메기를 썼겠지만 지금은 양식 메기를 사용할 터, 하지만 그 맛은 전혀 아쉽지 않다. 담백한 메기 국물에 숙주와 부추가 아낌없이 들어가 개운함을 더한다. 숙주의 아삭함과 메기살의 쫀득함에 부추의 풍미까지 곁들여지니 탕임에도 불구하고 씹는 맛까지 즐겁다. 어지간한 성인이라면 기어코 바닥을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다.
어쩌면 이리도 깊고 담백한 맛을 낼까? 메기는 기름기가 많고 특유의 진흙 냄새가 있어 다루기 쉽지 않은 민물생선이다. 그걸 가지고 진국만 우려내고 기름기와 냄새를 제거하자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국물을 내는 동안 옆에 붙어서 끊임없이 거품과 기름기를 제거해야만 했다. 예전 김해의 어머니들을 그렇게 부뚜막에 앉아 메기국 한 솥을 끓여 가족들을 먹였을 것이다. 가족을 위하는 정성 앞에서야 느끼함과 잡내 따위가 자리 잡을 틈은 없다. 정성으로 끓여낸 국 한 그릇에는 그래서 사람을 위하는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어쩔 수 없는 ‘김해 촌놈’이었던 그는 본능적으로 그 맛에 스며 있는 정서를 알았을 것이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