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 외에는 지금의 한국 정치·경제 상황을 묘사할 적당한 말이 있을까. 그동안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외국인 자본의 배만 불려 왔다,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등으로 경제 문제에 관해 현 정부가 내놓은 구구절절한 변명을 수긍하고 기다려 볼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목선의 삼척항 ‘노크 입항’ 사건에서 우리 군의 경계 실패와 안이한 대처,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외교기밀 유출을 비롯한 외교부의 크고 작은 사고 등 일련의 사건을 돌이켜보면 현 정부의 공직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감지된다. 이 같은 문제가 단지 공직기강 해이에서만 비롯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공직자의 기본은 유능함’이라고 강조하는데, 현 정부의 공무원에게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열의가 생겨날 것인지부터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 곳곳에 들어간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늘공(직업 공무원)’에 대한 시각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눴던 “공무원이 말을 안 듣고 이상한 짓을 한다”는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에 대한 질타는 늘 있었던 것이라 하더라도, 함께 일해야 할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 문 대통령이 나서서 관가의 적극 행정을 주문했지만 실제 현장 공무원의 분위기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청와대에 들어와 있는 어공의 능력에 대한 늘공이 품는 의구심이나 업무 평판을 문 대통령이나 노영민 비서실장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 구석구석에 눈에 보이지 않는 편 가르기가 존재하고, ‘우리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증은 ‘회전문 인사’로 이어졌다. 현 정부가 적폐라고 정의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회전문 인사를 그토록 질타했음에도 ‘사람이 그렇게 없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으로 돌려 막는 지금의 인사는 참사가 분명하다. 게다가 현 정부의 최대 성과가 될 가능성이 큰 ‘한반도 평화’도 사실상 북미 간 실무협상과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지난한 과정이 남았다. 청와대가 ‘북핵 문제는 잘 풀었으니까’라는 자기 위안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본부 정치부장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