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인 의학 연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의료장비와 약물들을 개발해 왔고, 그런 노력의 결과로 얻은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류 삶의 질과 수명 연장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첨단 의료 기술일지라도 모든 경우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고, 적응증에 해당하는 한정된 질환과 임상적 상황에서만 그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보사의 경우도 개발 당시의 유전자세포치료 기술을 응용한 연골세포 재생 효과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증명에 실패했다. 그런 경우는 유전자세포 치료라는 첨단 기술이 없으므로 개발 실패로 폐기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애초 개발 목적이 아닌 통증 개선 효과만을 부각시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마저도 기존 진통제나 소염제 등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생리식염수와 비교한 것이라고 하니 의학을 연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골 재생을 유도하는 유전자세포치료제라는 개발 목적이 사라지고 환자의 주관적 요소가 강한 진통 효과만으로 허가를 얻은 경위에 대해서는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분야로 다른 제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다. 그래서 미국 등 선진국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약은 그 효능을 증명하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신약의 효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임상시험이라는 것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글로벌 신약이라는 것은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은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개발이 상당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자금력뿐만 아니라 일단 개발된 신약이라도 다른 나라에 수출되기 위해서는 각국의 까다로운 허가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글로벌 신약 하나가 개발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라 하겠다.
인보사 개발 과정에 국가 연구비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던 것도 국가 차원의 신약 개발 염원이 담긴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큰 국가적 기대를 가진 신약이라 할지라도 의학적 효능 증명 없이는 지속적으로 존립하기 어렵다. 의학적 효능을 갖춘 신약의 개발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어려운 과정을 효과적으로 극복해 나갈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즉, 최종 산물인 신약이 사용될 병원의 진료 경험을 갖춘 임상연구자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이고 효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기술 개발 과정에는 병원에서 진료 경험을 갖춘 임상 연구자의 역할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효능 입증에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뿐만 아니라 존립 목적상 연구를 담당해야 하는 대학병원도 기술개발 부서를 갖춘 곳이 거의 없고 임상교수들은 진료에 내몰리다 보니 연구에 매진할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바이오 개발 업체가 제시하는 기술의 난해성만을 부각시켜 첨단으로 과대 포장한 신약을 출시하는 일이 많다. 임상연구자들에 의해 사전 검중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고 글로벌 의료시장 진출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임상의사들 중에는 진료로 쌓은 임상경험 뿐만 아니라 연구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들이 있다. 이런 인력들을 활용하여 초기 단계부터 신약을 공동 연구한다면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보사 사례와 같이 효능도 없고 성분 역시 위조되는 것을 미연에 예방하여 국가적 위신과 국민 건강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환자에게 직접 필요한 기술이지만 아직 충족되지 못한 기술 수요들을 일러 소위 ‘미충족 수요(unmet need)’라고 하는데, 진료 경험을 갖춘 임상연구자들은 이런 미충족 수요에 대한 참신한 생각들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비교적 질 높은 교육을 받은 바이오 관련 인력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 바이오 기업과 다양한 미충족 수요의 아이디어를 가진 임상연구자들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