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백악관’보다 ‘청와대’가 먼저다 /강필희

문 대통령 빠진 DMZ 회담, 북미 간 무슨 대화 오갔나

한국이 진짜 당사국이라면 서울답방 약속 먼저 지켜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30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의 깜짝회동을 “리얼리티쇼 같았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꼭 나쁜 뜻만은 아니다. 분초 단위로 치밀하게 기획된 기왕의 정상회담과는 달리 형식도 내용도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판문점에서 헬로하자”는 트럼프의 트윗부터 실제 만남의 성사까지 32시간은 한반도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 시작을 선언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해석을 편들고 싶은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이 빠진 상태로 1시간 가까이 비공개 진행된 트럼프와 김정은의 단독회담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으로 전락했다”는 야당의 평가까지는 아니어도 내심 씁쓸했다. 인공기와 성조기만 나란히 걸린 회담장 화면 위로 66년 전 정전협정 광경을 떠올린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북한 미국 중국이 참석한 조인식 어디에도 남한의 자리는 없었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국내외 문제를 처리하면서 보여준 행태는 우리가 아는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예측 불가능한 모습이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전 세계 무슬림의 반발을 사고 “군비를 더 내라”며 나토(NATO) 국가들을 예사로 위협한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라고 조롱하더니, 지금은 “사랑에 빠졌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에는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감싸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게 트럼프의 협상 전략이라 해도 그 전략의 지향점이 미덥지 못한 데 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아니면 북한 핵무기를 동결 수준에서 끝낼지 모른다는 의구심’ ‘말의 성찬과 휘황한 이벤트가 지나간 뒤 어느새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북한’. 재선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 같은 트럼프를 보면서 우리가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보지 않는다면 그게 구제불능의 무책임함일 것이다.

김정은은 아예 북미 협상에서의 남한 배제를 노골적으로 천명해왔다.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그만하라”고 거친 말을 쏟아내던 북한은, 이번 북미회담 당일 아침까지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요구한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당시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어이없고 괴이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회담 성사 직전엔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나서 “조미(朝美)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와 미국”이라며 “협상을 해도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딴 곳도 아닌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북미회담이 열렸는데도 문 대통령이 빠진 게 이런 북한의 태도와 정말 무관할까.

‘백주몽(白晝夢)과 같은 11분간의 휴전협정 조인식은 모든 것이 상징적이었다. 너무나 우리에게는 비극적이며 상징적이었다. 학교강당보다도 넓은 조인식장에 할당된 한국인 기자석은 둘뿐이었다. 유엔 측 기자단만 하여도 약 100석이 되고 참전하지 않은 일본인 기자석도 10명을 넘는데 휴전회담에 한국을 공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이리하여 한국의 운명은 또 한번 한국인의 참여없이 결정되는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정 조인식을 보도한 최병우의 이 기사는 한국 언론사의 명문으로 남았다. 조인식에 한국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한 데다 작전지휘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한 까닭도 있다. 물론 갓 신생 독립국이었던 그때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지금 한국의 위상이 같을 순 없다. 이번 DMZ 회동도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깔아준 판 위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주객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런 만큼 북핵 문제에 있어 한국의 주도권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 북한 핵무기의 위험은 온전히 대한민국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고, 비핵화에 필요한 비용 청구서도 결국 우리에게 날아들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대했고, 김정은도 트럼프를 평양으로 초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김정은이 워싱턴 방문을 꺼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이미 약속해놓고 이행하지 않고 있는 서울 답방이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마지막 조항 말이다. 트럼프의 트윗 번개 제안에도 응했던 김정은이다. 이 약속의 실행 여부를 보면서 남한 사람들은 김정은이 남한을 북핵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언제든지 빼내 쓸 수 있는 현금주머니 정도로 여기는지 판단할 것이다. 그들 말대로 민족이 먼저라면 민족끼리의 약속 이행도 먼저여야 한다.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서울 분점 낸 적 없어요”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소송 낸 까닭
  2. 2숨진 한국해양대생 빈소에서 터져나온 ‘을의 울분’
  3. 3부산 최초 수륙양용버스 이번엔 정말 뜰까…다음 달 용역 착수
  4. 4문상모·백순환·이기우, 저마다 “조선업 회생 해결사” 자부
  5. 5“조경태 5선 저지 저격수로 내가 적임” 이상호·남명숙 양보없는 레이스 돌입
  6. 6통합당 공관위, 부산 예비후보들에 공천결과 승복 당부
  7. 7의심환자 음성 판정에 “휴~”…검사원들 바이러스와 사투
  8. 8약사 선후배간 정면 승부 “본선행 티켓 주인은 나야 나”
  9. 9문재인 대통령 “메르스·사스 때보다 큰 충격…코로나19 특단의 대책 필요”
  10. 10테니스 세계 82위 권순우 50위권 또 깼다
  1. 1 문재인 대통령 “중국 상황 나빠지면 국내 타격…사스·메르스보다 큰충격”
  2. 2 文 “세제완화·규제혁신 검토…임대료인하운동 화답조치”
  3. 3부산 중구 보수동 행정복지센터, 부산항보안공사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4. 4바른미래 9명 셀프제명, 당 해체 수순
  5. 5 文 “예산조기집행만으로 부족…예상넘는 상상력 필요"
  6. 6부산 중구 중앙동 주민센터 자율방역단, 코로나19 예방 환경소독 및 방역 실시
  7. 7'조국'이냐 '反조국'이냐...'조국 수호' 논쟁으로 달궈진 민주당 경선
  8. 8김무성 “이언주 중영도 전략공천 땐 표심 분열”
  9. 9 文 “비상경제시국…전례 따지지 말고 특단대책”
  10. 10부산 중구 2020년 호텔 룸메이드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
  1. 1금융·증시 동향
  2. 2부산 ‘연계형 뉴스테이’ 잇단 포기로 좌초될 판
  3. 3부산중기청, 제조 소기업 성장에 ‘최대 5000만 원’ 바우처 지원
  4. 4수소차 강국 놓고 한·중·일 삼국지…각국 전시회로 대리전 후끈
  5. 5부산시 고용우수기업 선정해 각종 혜택
  6. 6삼성전자 등 8개 기업만 35년 연속 매출 50위권 유지
  7. 7 와이즈유 전시기획사 자격증 대거 획득 外
  8. 8 브랜드비
  9. 9 더욱 날렵해진 외관…급가속·급출발에도 연비왕 면모까지
  10. 10주가지수- 2020년 2월 18일
  1. 1대구시, 31번 확진자 동선 일부 공개… 한방병원·교회 등
  2. 2김무성, "이언주 전략공천은 정의롭지 못해", 김형오 공천에 정면 반박
  3. 3 ‘코로나19’ 31번째 확진환자 대구서 발생
  4. 4정부, 공군 3호기로 日크루즈 내 국민 이송 협의 중
  5. 5부산시, 청년 3000명에 월세 지원…3월 10일까지 접수
  6. 6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 2터널 사고 사망자 4명 중 2명 신원확인
  7. 7교통사고 피하려 급정거…출근길 낙동대로 차량정체
  8. 8‘코로나19’ 국내 31번째 확진자 대구서 발생…해외여행력 없는 61세 여성
  9. 9지난달 중국 방문한 30대, 폐렴증상 사망…코로나19 감염 확인중
  10. 10동명보부상 참여기업들 수출증가 뚜렷 화제
  1. 1첼시 VS 맨유 프리미어리그(EPL) 선발 라인업 공개
  2. 2빙속 김보름, 종목별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은메달···‘3년 만의 시상대 복귀’
  3. 3김정은 공백에도 신한은행 꺾은 우리은행...4연승 1위 굳히기
  4. 4‘변화구 합격점’ 롯데 새 용병 라이브피칭서 빛난 진가
  5. 5토론토 1루수 쇼 “아버진 박찬호, 나는 류현진과 호흡”
  6. 6테니스 세계 82위 권순우 50위권 또 깼다
  7. 7부산 ‘정트리오’ 막내 기꼬 , 바이애슬론 깜짝 3위
  8. 8손흥민, 챔스리그 16강서 6경기 연속 골 도전
  9. 9‘LPGA 20승’ 박인비 세계랭킹 11위로 껑충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며 /백상훈
기자수첩 [전체보기]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전염성 있는 신뢰를 찾습니다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감천할매들의 예술
명지의 청년풍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따끈한 쌀밥에는 명란젓
사설 [전체보기]
황당한 안내 표지판, 국제관광도시 부산 갈 길 멀다
청년 창업 인프라만 만들어 놓는다고 활성화되겠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