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에서 선비가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덕목을 말하면서 첫째는 예의가 발라야 하며, 두 번째로는 음악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글과 지식은 다섯 번째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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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양은 가득히’ 스틸. |
지식과 학벌이 으뜸인 오늘날의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금언이다. 공자가 글보다 음악을 중요시한 것은 자칫 이기적이고 형식적으로 흐를지 모를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풀어놓는 데 음악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재주가 많고 머리가 뛰어나도 따뜻한 가슴만큼 소중하지는 않다. 또한 형식적인 예의보다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참다운 예의가 더 소중하다는 가르침으로 새겨진다. 하지만 요즈음은 클래식 음악마저도 이벤트화 되어가고 지적 과시용으로 학습되는 것을 보면 공자님의 말씀이 무색해진다.
음악은 자연스러운 감성으로 다가가야 한다. 시인이 음악을 통해 감성을 키워 나가듯 음악은 시를 읽는 마음으로 가까이할 때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일상생활에 찌든 현대인을 참다운 감성의 세계를 안내해 주며 지치고 고달픈 갖가지 삶의 애환을 감싸 줄 뿐만 아니라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듣는 가운데 이 계절의 감각을 느끼며 장미꽃이 담장을 뒤덮은 골목길을 지나칠 때면 지나간 추억의 상념들을 아름다운 하프의 선율에 실어보기도 한다. 또 퇴근길 책방에 들러 사온 책을 읽을 때도 음악은 조용히 자신의 곁에 다가와 하루의 피곤함을 잊게 해 준다.
시원한 파도와 수평선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필하모니에서는 이맘때면 1960년대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주제곡을 비롯해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의 주제곡인 ‘A Summer Place’가 클래식 음악과 함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는다. 로자스의 ‘파도를 넘어서’와 조지 거슈윈의 ‘Summer Time’으로 음악이 이어질 때면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부산의 바다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산 그림자가 바다에 비쳐 울트라 빛 푸른색이 더없이 아름다운 송도 혈청소로 가는 길, 다대포 구평 언덕 너머 끝없이 넓게 펼치진 수평선 위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등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정경들이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깨끗한 모래, 확 트인 수평선…. 동백섬에서 바라보던 아름다웠던 해운대의 모습은 이제 영원한 추억으로만 남아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전설적인 테너 베니아미노 질리가 부르는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에서 ‘귀에 남은 그대 음성’은 사라진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애달프게 하는데….
필하모니 대표·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