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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의 온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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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7-10 19:32:12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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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온도, 최저온도와 최고온도 사이를 생육온도라고 한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서 생육온도의 차이가 있으며 최적온도 안에서 온도가 높아지면 자라는 속도가 빨라져 꽃을 피우고 열매를 잘 맺을 수 있지만 온도가 너무 높아지거나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 성장을 멈추게 된다.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포도의 성장에 필요한 낮 시간의 햇볕이 충분해야 한다. 포도 성장에 필요한 온도는 10~25도이고 28도가 넘어가면 수분이 증발하고, 잎이 시든다.
뜨거운 햇볕 아래 숙성 중인 프랑스 루시옹의 자연열화와인 뱅두나뚜렐(VDN).
와인은 기본적으로 열과 빛을 싫어하고 습도에도 민감해 보관 장소가 중요하다. 알코올 도수가 25%를 넘으면 미생물이 생존할 수 없으므로 위스키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보관 온도나 기간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와인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화이트와인은 10~15도 레드와인은 15~20도 그리고 샴페인은 10도 정도로 마시면 좋지만 반드시 정해진 법칙은 아니다. 가벼운 레드와인은 차게 하여 마실 수 있으며,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는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모두 차게 마실 수도 있다. 다만 와인을 평가하기 위해 테이스팅할 때는 온도가 너무 낮으면 향을 느끼지 못하므로, 화이트와인도 너무 차게 해서 마시지는 않는다.

사람이 느끼는 환경의 온도는 반드시 그때의 기온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습도, 바람 등의 영향에 따라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른 것처럼 와인에서도 온도만큼 습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와인을 장기보관할 때 병을 눕혀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70% 전후의 습도를 유지하면서 보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심리 작용, 기본적인 의사 소통, 우연적 요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간관계 등 사람들 간 만남에서도 감정의 온도 차이는 중요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 느끼는 감정의 온도가 비슷해야 하며 감정의 온도가 다르면 작은 오해로 인해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저녁 초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식탁에는 항상 와인 한잔 준비해 마시는 여유로움이 있다. 식사 자리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만남이나 업무적인 미팅에서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즐기는 자유로움 속의 여유와 낭만이 있다. 상대방이 내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기다려주는 여유, 서로 간 차이나는 감정의 온도를 맞춰주는 배려와 노력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건 아닐까? 좋은 사람과의 반가운 만남, 호감이 가는 이성과의 멋진 데이트, 업무적인 일로 가벼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와인 한잔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음식과 와인에 맞는 적절한 온도만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온도를 맞출 수 있는 기다림의 여유와 노력이 있다면 우리의 만남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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