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삶의 수단으로 일을 하며 산다. 일을 하기 위해 매일매일 일터를 오가는 과정이 출근이고 퇴근이다. 일터에서 다치는 것에 대한 치료나 보상은 사업주의 몫이고, 사업주는 이를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산재보험이 사업주를 대신해서 다친 노동자를 치료하고 보상하여 왔다. 그러나 일터로 오가는 출퇴근은 직접적인 업무수행이 아니어서 사적인 영역에 속하고, 사업주가 사업장 밖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할 수도 없으므로 출퇴근 중 사고는 2017년까지는 산재보험으로 보호받지 못했다.
하지만, 업무와 밀접한 출퇴근 행위를 단지 사적인 것으로만 볼 것인가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산재보험법이 개정되고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되었다.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오토바이, 도보 등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다가 다치면 산재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1964년 산재보험 도입 이후 54년 만의 일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출퇴근 중 재해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보면 이런 변화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7700건의 ‘통상의 출퇴근 재해’가 인정되었다. 2017년까지는 산재인정을 못 받았던 자전거로 출퇴근하다가 다친 근로자, 퇴근길에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입구의 가파른 계단에서 넘어져 다친 근로자도 산재보험으로 승인되었다. 2018년 개정된 산재보험에서 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자가용, 자전거, 킥보드, 도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출퇴근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가용 출근 중에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정비소에 맡기고 걸어서 회사로 가다가 넘어져 다친 경우에는 산재보상이 될까? 그렇다 산재 인정이 될 수 있다. 다친 경위에 출퇴근과 관계없는 별도의 사적인 활동이 없었다면 통상적인 경로 상의 행위로 봐서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출퇴근 중에 일어나는 모든 사고가 보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서 술자리를 갖는 경우에는, 출퇴근 경로가 중단되므로 그 후에 다시 출퇴근 경로로 돌아와서 집으로 이동하다가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한다. 미용을 위한 보톡스 시술로 경로가 중단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편, 본인의 질병 치료차 병원을 다녀오는 경우라든지,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 간주될 경우에는 경로를 일부 벗어나거나 중단되어도 예외적으로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회사 바깥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보니 출퇴근 중 사고로 내용을 허위로 해서 산재 신청하는 사례도 있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여러 점검시스템을 가지고 방지노력도 하고 있다. 친구나 지인들과 사적인 모임 후 귀가하다가 다친 사실을 숨기고 퇴근 중의 사고로 위장해서 허위로 산재 신청한 사례라든지, 원래의 거주지가 아닌 친구의 집에서 자고 회사로 출근하던 중 일어난 사고를 출근 중의 사고로 산재보험을 신청했다가 적발되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출퇴근 중 산재 사고는 다른 산재사고와 달리 산재보험료의 할증대상도 아니고, 고용노동청에 산업재해조사표 제출의무도 없고 산재 발생건수에 포함되지 않음에도 이를 잘 모르는 사업주들이 혹시 산재처리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해서 사고를 숨기거나 산재처리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출퇴근 중 재해는 산재로 인정되어도 사업주에게 별다른 불이익이 없음을 잘 알고 마음 편하게 산재 신청에 협조하고 위로하며 훈훈한 노사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쪼록 출퇴근 중에도 안전에 유의해서 다치지 않아야 함이 우선이고 혹시라도 사고를 입은 노동자들이 몰라서 산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없기를 바란다.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