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 관련 수출 규제를 실행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단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제한 조치인데도 국내 한 경제연구원은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하게 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2.2%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추기로 했다.
일본이 규제 대상을 확대하려 한다는 움직임에 반도체 분야는 물론 자동차부품 기계 등 경제 분야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만약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뿐 아니라 대다수 산업 분야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기업을 비롯한 국내 경제계가 얼마나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 수십 년간 기초과학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발달시켰다. 기초과학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아시아에서 일본 앞에 명함을 내밀 만한 나라는 없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을 외면하고도 가까운 일본으로부터 각종 화학 및 소재 부품을 수입해와 대부분 산업을 발전시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부산에서만 보더라도 중소기업조차 기계 부품이나 소재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가공한 뒤 수출하는 업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주요 산업의 핵심 소재 및 부품을 대체할 곳이 한 개도 없다는 점은 우리의 현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초과학을 키워야 한다’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예산과 인재를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오히려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올 초 정부의 소재와 장비에 투입되는 R&D 예산은 456억 원으로 2014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이번 사태로 정부가 주력 산업의 핵심 기술·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의지를 비친 것은 다행이다.
일본이 규제를 장기화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초과학과 핵심 기술 및 소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피해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다음 달 광복절을 한 달가량 앞두고 소재 독립, 기술 독립이 절실하다.
경제부 차장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