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효과’란 말이 있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코가 늘어나는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의 이름을 따서 붙인 말이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코 만지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거짓말을 하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화학성분이 분비돼 콧속의 조직이 팽창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혈압이 상승하는 등 인체에 변화가 있을 법하다.
거짓말은 주로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다. 사람은 8분마다 거짓말한다는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폴 에크먼 박사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거짓말을 자주 하면 신뢰를 잃는다. 특히 공인은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한다. 권한이 많은 만큼 갖춰야 할 덕목도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동서와 고금이 따로 없다.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거짓 진술로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보고서 ‘인사청문회와 낙마의 정치학’에는 거짓말·위증이 청문회 낙마 사유 중 세 번째로 많다. 천성관 검찰총장(2009년), 김태호 국무총리(2010년),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14년) 후보자 등이 대표적이다. 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공인이면 대중의 잣대는 더욱더 엄격해진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7년 전 녹음파일이다. 논란의 핵심은 2012년 경찰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뇌물 혐의로 수사할 때 윤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해줬는지 여부였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자가 친형제나 다름없다고 하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소개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막판 소개했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자는 이후 변호사 선임을 알선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청문회 후 윤 국장은 자기가 변호사를 소개했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이제 위법 여부의 법률적 논란은 의미가 없어졌다. 거짓말이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그런데 윤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래도 저래도 거짓말을 한 것이 됐다. 임명에 법적 하자는 없지만, 도덕적인 시비는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사과라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윤 후보자가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소윤으로 불리며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던 윤 국장의 영전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정말 인간만사 새옹지마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