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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겉도는 부산 도시경관 정책 /구시영

많은 예산·행정력 불구, 도심 해안 초고층 난립…市, 건물높이 기준 추진

강력한 의지·실천 관건, 바닷가 건축 제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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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2008년으로 되돌려 보자. 당시 국내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도시디자인’ 열풍이 불었다. 디자인 개념을 새롭게 적용해 도시 브랜드와 시민 삶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서울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이명박 정부의 ‘디자인 코리아’ 사업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부산시도 뒤질세라 팔을 걷었다. 도시경관의 체계적인 개선·관리를 위해 ‘도시디자인 조례’를 처음 만들었고, 행정부시장이 이끄는 도시디자인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주변과의 조화에 어긋나는 획일적이고 무분별한 건축물을 규제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통해 부산만의 특징을 살린 아름다운 도시미관을 가꾸는 것에 목적을 뒀다. 그 차원에서 총괄조직인 도시경관기획단까지 신설했으니 제법 의욕적으로 나선 셈이다.

그로부터 10년이 넘은 지금 부산의 도시경관은 어떤가. 크게 나아졌다고 말하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물론 여러 거리에 공공디자인을 진행해 면모가 개선된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곳곳에 초고층이나 아파트단지가 어지럽게 들어서 경관을 해치는 것은 여전하다. 하루아침에 좋아지긴 힘들다고 해도, 그간 도시경관에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들인 것치고는 효과가 미약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부산의 최대 자산인 해안(수변공간) 경관만 해도 그렇다. 한마디로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도시로서는 부끄러운 지경이다. 과거 아름다운 해안선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고, 바닷가 하늘은 우후죽순처럼 솟은 건축물로 인해 스카이라인이 무너진 지 오래다. 게다가 상황은 더 나빠지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신임 부산시 총괄건축가의 입에서 ‘바다와 육지 사이에 장벽이 가로놓인 거 같다’라는 한탄 섞인 표현이 나왔을까 싶다.

원도심 지역도 그럴 위기에 놓였다. 북항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복도로 일대의 아래쪽에 수십 층 규모 건축물이 여기저기 허가되거나 계획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데다 인근 북항 재개발구역에 초고층 빌딩이 대거 조성되면, 원도심 경관과 산복도로 조망권이 훼손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도시계획·공학 전문가인 정석 교수의 말처럼, 세계 ‘언덕 경관’의 대표 격인 그리스 산토리니가 아름다운 건 그 지형에 순응하고 어울리는 집들(구조물)이 지어진 까닭이다. 부산 원도심에도 들어맞는 말이다.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이나 통영 동피랑마을이 각광을 받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런 부산의 도시경관이 요즈음 새삼 화두다. 부산시가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건축물 높이 관리기준’ 수립 용역을 추진하면서다. 4억 원의 용역비로 내년 말까지 보고서를 낸다고 한다. 현행 규제에 허점이 많으니, 시가지 유형별로 건축물의 구체적인 높이 기준을 마련해 보겠다는 얘기다. 경관 보호의 핵심 요소인 높이를 지역 특성에 맞게 억제하려는 것은 바람직하고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부산시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력에 있다. 시는 이미 2005년에 ‘도시경관기본계획’을 수립한 터다. 그 내용에는 훼손된 경관축 복원, 산지·해안의 경관 조화, 생활조망이 확보된 주거지 경관 개선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2009년에는 용역으로 ‘도시경관 상세 계획’도 내놨다. 결국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고 실천이 잘 안 되는 꼴이니 정책이 겉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그것은 실행과 강제성이 담보된 세부 지침, 그리고 마스터플랜이 미비한 요인이 크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2008년 당시 국토해양부도 부산항 미항(美港) 개발을 위한 연구보고서까지 냈지만, 이렇다 할 추진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부산의 도시경관 중 핵심은 역시 공공재인 해안과 항만이다. 바닷가 모습이 부산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서다. 그렇지만 천혜의 해안선은 매립과 난개발 탓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다. 항만과 그 배후 일대도 세계적 미항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부터라도 보호·관리에 전력을 쏟아야 그나마 남은 경관도 지켜내고 되살릴 수 있다. 그 점에서 바닷가에는 초고층 건물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마땅하다.

정석 교수의 저서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에 보면, 참한 도시의 요건이 나온다. 자연미가 살아 있는 도시, 역사와 기억이 남아 있는 도시가 그것이다. 도시경관에 필요한 것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에 무슨 경관 얘기냐며 마뜩잖게 여기는 이들도 있을 터다. 하지만 도시경관은 살기 좋고 매력적인 도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요소이고 도시재생과도 밀접하다. 더욱이 사람을 불러모으는 자산이다. 관광마이스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부산시로서는 도시경관 개선이 필수적 과제다.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가 되기 위해서도 그에 걸맞은 경관을 지녀야 한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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