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수학처럼 사례를 입력하면 답이 나오는 공식을 구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인간의 주관적 권력의지가 맞부딪히는 정치는 가변적이고 불합리하기에 특히 그러하다. ‘정치의 수학화’는 인류의 오랜 꿈이다.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언제나 수학이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명제의 논리를 따져 진리를 입증하는 수학은 근본이 비정치적이어서 편법과 임기응변이 활개 치는 정치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인지도 모르겠다.
고대 이집트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355~415)의 비극은 그런 ‘수학 잔혹사’의 초기 사례 중 하나다. 히파티아는 고대의 학문 중심지인 알렉산드리아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가르치며 유클리드 기하학 등에 관한 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우화는 우화로, 신화는 신화로, 불가사의는 시적인 판타지로 가르쳐야만 한다. 미신 따위를 진리처럼 가르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그녀가 남긴 말에선 비논리와 독단을 배격하는 수학자다운 합리주의 정신이 오롯하다. 그러나 히파티아는 그 때문에 미움을 사 기독교인들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됐다. ‘수학의 순교’였다.
수학 잔혹사는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수학의 7대 난제 중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해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미국의 수학자 스티븐 스메일이 대표적이다. 그는 1966년 자신에 대한 필즈상 시상식이 열린 모스크바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소련의 인권을 비판하는 연설을 해 추방됐다. 미국 내에서도 베트남전에 격렬하게 반대하는가 하면 자유언론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미 하원 반미활동조사위원회에 소환되고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기도 했다. 수학자들에게 전쟁무기 연구를 주문하면서 반전평화 활동은 철저히 차단한 것이다.
정치의 수학화를 주창하고 나선 수학자가 있어 수학 잔혹사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기체의 움직임을 정리한 ‘볼츠만 방정식’을 연구해 2010년 필즈상을 받은 프랑스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46)다. 2017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한 그는 내년 파리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교통 흐름과 주차장소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수학과 과학으로 도시를 개조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이달고 현 파리시장에 4%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빌라니가 파리시장에 당선돼 정치를 수학화하는 기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