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빚어진 일로 기억된다. 쌍끌이대형기선저인망 업종이 고사되기 직전이었는데, 서해에서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었다. 어선은 일제히 서해로 향했다. 6월 중순께 처음 출어해 10월 중순까지 서해에서 제법 많은 오징어를 생산했다. 죽어가는 우리 업종을 살려준 고마운 어종이다. 오징어에게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많은 오징어를 잡아 대부분 선사가 도산의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당시 주변에는 시샘과 감시의 눈초리가 팽배해져 버렸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우리 업종을 TAC(총허용어획량) 종목에 넣기 위해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했다. 시행령에 ‘전체 물량의 5%를 초과하거나 대형선망의 생산량을 초과할 경우 TAC 종목에 직권으로 지정한다’는 조항을 내세워서 시범사업 업종으로 지정했다. 다행히 대형기선저인망조합과 회원 선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시범사업 첫해 앞 어기 생산물량인 1만6900여t을 전량 인정받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8~2019년 어기에는 어획량이 무척 부진했다. 상당수 회원 선사가 수억 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달부터 도래하는 새 어기에 2년 전 수준으로 오징어를 잡지 못하면 도산의 위험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쌍끌이대형저인망 업종은 동해에 가서 오징어를 잡지 않는다. 오징어채낚기어선을 포함한 다른 근해어선은 서해에서 오징어를 잡을 수도 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만 쌍끌이 선주들은 답답함을 그저 가슴속에 두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해수부에서는 ‘수산혁신 2030’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수산업 혁신을 통해 잘사는 어촌을 만들겠다고 하는 계획에 대해 어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자원 관리에 적극 동참하면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고 하고선 느닷없이 규제를 강화한다니 당혹스럽다. 특히 ‘투 아웃 제도’와 ‘체장 강화’는 어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징어 어로 금지 체장을 현재의 12㎝ 이하에서 19㎝ 이하로 강화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장 사정을 무시한 너무나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우리가 잡는 서해의 오징어는 동해안 오징어와 개체군이 다르다. 동해안의 오징어는 러시아 쪽에서 남하하는 세력이고 우리가 잡는 서해 오징어는 남중국해에서 시작하여 서해 북방한계선까지 북상하는 오징어로 동해의 오징어와 비교하여 체장도 작고 왜소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오징어 자원에 대한 연구는 동해 오징어가 대부분이고 서해 오징어는 결과물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5월 28일 해수부와의 쌍끌이 오징어 TAC간담회에서도 이런 사실을 주장했다. 그러자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어민들이 이를 증명하라고 했다. 황당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어민이 무슨 능력으로 오징어 개체군의 차별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겠는가. 기가 막혔다.
우리는 어로현장에서 오징어를 포획하는 선장들의 노고를 뒷받침하고 선사는 위판장에서 생산 실태를 확인한다. 상(上)품인 2단 오징어 크기가 17㎝ 정도이고, 중(中)품인 3단 오징어는 15㎝ 정도로 개체군이 형성된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하면 오징어 체장 제한은 현재의 12㎝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기관은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조사를 한 후 정책을 세워야 한다. 사람도 러시아인과 필리핀인은 덩치가 완전히 다르다. 물고기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오징어는 고등어와 더불어 국민생선으로 불린다.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으면서, 값싸게 접할 수 있는 대표 생선이기 때문에 반드시 어자원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자원의 보호는 우리 인간의 안전한 식탁과 어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것이지 물고기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쌍끌이 대형기선저인망 선주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