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선거제 개혁 제대로 이뤄질까

사개·정개특위장 중 하나 한국당에 내준 여당 합의, 선거제 개혁 의지 의심 사

좌고우면 저울질 말고 당초 의지 살려 마무리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24일, 무려 80일간이나 공전하던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여야 원내대표들이 마침내 합의했다. 여당과 여론의 엄청난 비판에도 꿈쩍 않던 자유한국당이 합의문에 전격 서명했으니,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합의문을 들여다보니 다소 의외였다. 국회 파행의 빌미가 된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추경은 우선 심사하며, 한국당의 막판 요구조건이던 경제청문회는 ‘원탁토론회’ 형식으로 더 협의하기로 한다는 게 골자다. 한국당으로서는 똑 부러지게 얻어낸 게 없는 결과였다. 이러려고 국회 밖을 그토록 오래 떠돌았나 싶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야 합의는 단 두 시간만에 없던 일이 됐다. 여당에 밀려 실익이 없는 합의문이라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기껏 합의해 놓은 걸 뒤집는 데 대한 비판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그럴 만했다. 여론에 떼밀려 백기 투항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흠집이 간 것은 물론이다. 여당 협상 파트너였던 이인영 원내대표가 “재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발끈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큰 소리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불과 나흘 뒤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로 국회가 진짜 정상화한 것이다. 합의 내용은 앞서보다 한결 진전됐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활동 기간을 두 달 늘리고, 특히 민주당과 정의당이 맡고 있던 두 특위 위원장 자리 중 하나를 한국당에 내주기로 한 게 골자다. 갈등의 핵심인 두 특위 위원장 중 한 곳을 꿰차게 됐으니 한국당으로선 이전보다 꽤 괜찮은 협상 결과다. 비록 비난은 받았지만 앞서 의원총회의 부결이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이번엔 비난의 화살이 이 원내대표를 향했다. 그로선 하염없이 늦어진 추경 통과와 민생 법안 처리가 화급한 발등의 불이었을 법하다. 하지만 합의문엔 한국당이 추경이나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거기에다 정개특위 위원장이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강제 해임’하는 무리수까지 두며 두 특위 위원장 중 하나를 한국당에 내줬다. 앞선 합의와는 완전히 뒤바뀐 결과다. 아무리 국회 정상화가 급했다고는 해도 줄 것만 주고 별 소득도 없는 합의란 비판이 나올 만했다.
한 번 뒤틀린 합의 결과는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졌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중 어느 위원장을 한국당에 내줘야 하는가 하는 딜레마다.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은 민주당에게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한국당에 어느 쪽을 내주든 해당 특위는 상당 부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 고민은 2주 넘게 이어졌다. 당내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개특위를 선택하기로 입장을 굳혔다지만 일부 의원은 사개특위를 선호한다. 선거제 개혁의 취지야 옳지만 자신들의 밥그릇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런 고민 자체가 선거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딜레마가 예상되는 데도 한국당에 위원장 자리 하나를 내주기로 한 합의가 애당초 문제였다. 선거제 개혁의 명분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는 그리 달갑지 않다는 속내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다. 게다가 선거제 개혁은 한국당이 결사 반대할 뿐 아니라 여당 일부 의원도 여기 동조하고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이런 민감한 사안을 협상의 한 조건으로 내걸었으니 여당이 선거제 개혁을 제대로 이뤄낼지 의심받는 것이다.

특히 두 거대 양당은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암묵적으로 소극적 행보를 보인 전력도 있다. 지난 지방선거 이전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신설하거나 늘리려는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안이 상당수 광역의회에서 부결된 일이다. 소수 정당의 기초의회 진출을 늘리려는 선거제 개편 취지를 거스르는 양당 소속 광역의원들의 이런 행태를 당 지도부는 수수방관했다. 전형적인 기득권 챙기기다. 이번 선거제 개혁은 기초의회가 아니라 국회의원 자신들 문제인 만큼 더더욱 양당의 이해관계가 부합할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뜻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지역구도 타파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한 선거제 개혁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올려져 대수술을 앞둔 마당이다. 사법개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선거제 개혁을 기약하기는 힘들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급한 국회 정상화를 고려하다보니 민주당의 스텝이 다소 꼬이긴 했다. 하지만 이제라도 좌고우면 없이 책임 있게 선거제 개혁을 마무리 해야 옳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엔 쇼핑목록에 담나
  2. 2부산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3. 3부산·경상대 교수들도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4. 4 반려동물과 식용동물 이분법?…생명에 어찌 다름이 있을까
  5. 5부산 국회의원 해부 <하> 선거 공약 검증
  6. 6문재인 대통령 “건설·SOC 투자 확대”
  7. 7송도 해안도로 달리는 시내버스 결국 무산
  8. 8부산 극단적 선택 1위 오명 벗었지만…
  9. 9“북항 재개발 수익으로 미군 55보급창 공원화하자”
  10. 10시계바늘 밑 터치스크린…아날로그 융합 스마트워치
  1. 1‘DJ 아들’ 김홍걸 총선 출마 시사… 목포서 ‘DJ 비서실장’ 박지원과 맞붙나
  2. 2정점식 “정동병원서는 정경심 뇌종양 진단서 발급 안 했다고…”
  3. 3법사위 국감, ‘검사 블랙리스트’ 논란 한동훈 반부패부장도 출석
  4. 4장제원, 국정감사서 “좌파 광란의 선동 정점은 대통령” 文 저격
  5. 5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 45.5%… 조국 사퇴 이후 회복세
  6. 6금태섭, 윤석열에 ‘국회 출석’ 묻고, 한겨레 고소 지적
  7. 7군, 드론탐지레이더 부울경에 시범배치
  8. 8"언론재단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 인하 혹은 폐지해야"
  9. 9최인호·김세연·윤준호, 도시재생 정부사업 선정돼
  10. 10힘 받은 황교안, “이낙연 노영민 이해찬 나가라”
  1. 1 산업의 힘, 기계부품
  2. 2평균층수 제한해 스카이라인 보장…경관·공공성 높였다
  3. 31965년 옷 다시 입은 ‘대선소주’
  4. 4시민공원 주변 재개발 아파트, 층수 낮추고 동수 10개 늘린다
  5. 5부산 고액·상습체납자 404명…1인당 평균 7억
  6. 6주가지수- 2019년 10월 17일
  7. 7드론 택배 2025년 상용화…정부 “선제적 규제 혁파”
  8. 8“연구개발 집중 투자는 창업 때부터 가장 중시, 국내외 망라 협업 강화”
  9. 9“부산항 부두 직통관 물동량 검사 비율 1.7% 수준 그쳐”
  10. 10부산 제조업 하반기 고용 절벽…업체 73%가 “안 뽑겠다”
  1. 1“설리 동향보고서 유출, 한 직원이 SNS로 퍼트려…” 처벌은?
  2. 2제28회 경남도 의용소방대 소방기술경연대회 개최
  3. 3통근 버스 졸음운전에 7명 다쳐…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중”
  4. 4로스쿨 10년 부산 변호사 2.4배 증가…급여 줄고 경쟁 심화
  5. 5'대도' 조세형 "아들에게 얼굴 들 수 없는 아비"…선처 호소
  6. 6'국정농단·경영비리' 롯데 신동빈 징역 2년6개월 집유 확정
  7. 7“뇌종양·뇌경색 진단서 발급한 적 없어” 정동병원, 정경심 추석 입원 병원
  8. 8조국 복직에 서울대 안팎서 '분노의 표창장' 등 패러디
  9. 9장용진 기자 “기자라면 누구나 상대 호감 사려…그런 취지로 한 말”
  10. 10개정 전 지방공무원 여비 지급 규정 두고 해석 분분
  1. 1손흥민 북한선수와 ‘유니폼 교환’ 질문에 “굳이…”
  2. 2‘포수 FA’ 관심 없던 롯데, 이번 쇼핑목록엔 담나
  3. 3류현진, 현역 투표 최고투수 후보 3인에 올라
  4. 4전쟁 같았던 평양 원정…손흥민 “안 다친 게 다행”
  5. 5베이브 루스 500홈런 방망이, 경매 최고가 경신할까
  6. 6
  7. 7
  8. 8
  9. 9
  10. 10
부산 국회의원 해부
선거 공약 검증
부산 국회의원 해부
의정활동 충실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감동스러운 도시건축을 만나고 싶다
진정한 탈일본을 결단할 때
기고 [전체보기]
장애인복지관이 나아갈 방향 /이성심
부산시 국립특수학교 부지 허가를 /김석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화 축제로 진화하는 BIFF /김민정
시커먼 흙, 시커먼 기억 /배지열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솔로몬 심판’과 오늘 우리의 송사들
귀농 귀어 귀촌에도 균형발전 없는 나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힐링의 악기 ‘깡깡이’ 해금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음악문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난,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하송이
‘억울함’에 귀 기울이는 자세 /이병욱
도청도설 [전체보기]
레이와의 역설
공적 된 멧돼지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과 다섯 수레의 책
조선시대 ‘북캉스’ 풍경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남 영암 독천리의 ‘갈낙탕’
짜장면과 라면 그리고 염치
사설 [전체보기]
예산 부족 두리발·자비콜 멈춰서게 해선 안 된다
갈수록 암울해지는 경제 전망, 정부 총력 대응 나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소산소사’의 사회, 고용연장이 해법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절망 속에서 탄생한 명작
패배한 청년의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감정적 대응은 일본을 웃게 만든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부산 공공기관 혁신 이번엔 제대로 될까
서울 인구 1000만 붕괴의 명암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을 여는 모차르트
가을의 문턱에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삶
양해 바라지 말고 용서 구하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호생관 최북의 ‘지두해도(指頭蟹圖)’
연객 허필의 ‘묘길상도’
  • 동남권 관문공항 유치기원 시민음악회
  • 골든블루배 골프대회
  • 기장캠핑페스티벌
  • 제21회부산마라톤대회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