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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문화 2030비전’ 선언적 의미 넘어서야 /남송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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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6 19:15:0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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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부산문화 2030 비전과 전략’ 발표가 있었다. 공식적인 선포식의 자리였기에 부산시장의 발표와 연구책임자의 내용 설명,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시민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충분하지 못했다. 논의되지 못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비전은 언제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는 법. 항상 요망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지점을 설정하는 지혜이다. 이번에 발표된 구체안들은 10대 전략 27개 과제이다. 이 과제들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묵은 숙제도 있고, 새롭게 부상하는 미래지향적인 사안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제들이 백화점 진열장 상품처럼 화려하게 수평적으로 나열만 되어 있지, 어느 것이 우선순위에 있는지에 대한 대비나 과제들 간 유기적 관계 설정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살아 숨 쉬는 부산지역 문화 생태계에 대한 온전한 그림이 구체화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으려는 과욕이 부른 결과다.

27개 과제의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예산도 제시했다. 그런데 그 시작은 2022년부터 2025년, 2030년으로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함으로써 2020년과 2021년의 실행계획은 막연하게 제시되어 있다.

2022년은 오 시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실천 로드맵을 짜고 있다는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비전이다. 민선 7기에 추진해야 할 핵심 추진사항을 따로 설정해 놓음으로써, 이 계획 실현이 2020, 2021년에 집중적으로 시행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선 7기에 추진해야 할 핵심 추진 사항도 10개의 만만치 않은 사안이다. 10개 중 4, 5개는 공약이고, 나머지는 공약과 무관하다. 이 자체도 시행의 우선순위나 유기적인 체계도의 설정 없이 나열만 되어 있다. 또 전체 27개 과제 중 왜 이 10개를 우선 민선 7기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항목으로 설정한 근거가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나머지 사안은 왜 민선 8기로 이양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연성도 찾을 수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지표의 도표는 2019년, 2022년, 2030년으로 나누어 정리함으로써 한 자료 안에서 실천 로드맵에 설정한 2025년도 문화지표는 사라지고 없다. 문화지표와 실천 로드맵의 연도는 동일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는 바로 비전과 전략을 짜는 데 더욱 치밀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제는 혼합장르의 시대이다. 혼종문화 속에도 기본이 되고, 기초가 되는 다양한 문화의 영역을 바탕으로 다양한 융합형 문화가 피어나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비전과 전략을 짤 때는 가치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을 지역문화의 근본가치로 삼아 부산문화의 내일을 설계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문화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해양성 외의 다양성 창의성 혁신성 3개 가치개념은 부산다움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비전 전략 준비에 수많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문화적 수요의 우선순위와 수용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근거로 지역문화에 대한 정체성과 그 성장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이고도 심도 있는 문화철학적 논의가 전제되지 않았기에 연도별 실행에 대한 우선순위의 체계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고 있다. 4년이란 짧은 기간 시장이 의지를 갖고 문화정책을 실현해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정도다. 그러므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부산 문화판에서 긴 안목으로 보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선적으로 실현함으로써 미래로 향해 나아가는 지역문화가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숙을 이어나갈 계기를 만들어 주면 된다.
지금도 부산시청 서류창고 어딘가에는 그동안 세금으로 용역비만 날리고 쓰레기 더미로 쌓인 수많은 용역보고서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 ‘부산문화 2030 비전과 전략’이 그런 운명의 길에 들어서지 않기를 바란다.

부경대 국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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