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역 언론의 위기가 회자된 지 꽤 오래되었다. 더욱이 그러한 위기는 다분히 이중적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디지털 기술의 파괴적 혁신이 자아내는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은 산업 전 분야의 새로운 방식의 소통, 정보 생산과 유통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와 정보가 공간적 제약 없이 기술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지리적으로 한 영역을 담당하는 지역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중앙과 지방 간의 격차는 더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도 지역 뉴스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현재 지역 언론은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의 변화와 한국 사회의 과도한 중앙집중화의 이중적인 외적 요인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저널리즘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단언컨대 포털 사이트의 뉴스 집중이다. 오늘날 포털 사이트가 디지털 트래픽의 80%를 차지하는 것은 매우 한국적인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재단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에 접근하고 소비하는 비율은 세계 최고다. 반면, 뉴스를 보기 위해 특정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직접 찾아가는 비율은 최저다. 디지털 뉴스 이용자들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게 고착화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뉴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뉴스 생산자들이 공급하는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환경에서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가 사회의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했다고 하면, 지금은 포털 사이트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뉴스 미디어와 저널리즘의 권력이 뉴스 생산자에서 뉴스 유통자, 포털 사이트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을 개편하고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마트폰의 네이버 앱에서 이용자는 44개 언론사 중 자신이 선호하는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중 지역의 언론사는 쏙 빠졌다. 언론 관련 법규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다수의 국민은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현실적인 영향력을 감안하면 포털은 디지털 기술 플랫폼으로서 공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의 지역 신문사는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포털 사이트에서 지역 뉴스가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것에 항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모바일 뉴스에서 위치기반서비스 도입 또는 지역 뉴스 할당제 등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된 뉴스 미디어 환경 아래 지역 신문의 자체적인 혁신을 위한 노력 없이는 이러한 요구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디지털 뉴스의 혁신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만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뉴스 이용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지역 언론이 왜 필요한지, 그 존재감과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지역 신문의 궁극적인 대상이자 목표는 독자, 지역민 그리고 시민이다. 최근 국제신문은 지역 이슈와 관련하여 다양한 기획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지역의 주요 이슈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의 환경, 경제, 비전 등을 제시함으로써 뉴스 콘텐츠의 지역성 구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도 기사 대부분이 정치 및 경제권, 전문가 집단 등의 목소리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독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견 청취를 통해 여론 형성의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 주민과 독자의 관심과 참여가 없는 지역 신문의 발전과 혁신 전략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