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식물인 곤드레는 우리 땅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겨울을 난 뿌리에서 봄이 되면 잎이 곧장 돋아나는데 이를 ‘근생엽’이라 한다. 곤드레에는 근생엽이 한 무더기씩 올라온다. 이 근생엽은 4월에서 6월까지가 제철이다. 흔히 그 잎이 술에 취한 듯 ‘곤드레만드레’ 흐느적거려서 곤드레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민들레와 같은 부류의 어원인 ‘곤들레’에서 왔다. 쓴맛이 적고 향이 강하지 않아 나물은 물론이거니와 밥 죽 국 등 어디에나 두루 어울렸다. 게다가 단백질 인 비타민A를 비롯한 무기질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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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한 풋내가 입맛을 사로잡는 곤드레밥. |
강원도 산간 지역의 음식이던 곤드레밥이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에 걸쳐 곤드레 전문 음식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곤드레의 소비량도 늘어났다.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지만 특히 강원도 정선과 태백의 고지대 산밭에서 자란 것을 으뜸으로 친다. 고랭지 배추가 주요 수입원이었던 이들 지역에서는 최근에는 곤드레 곰취 곤달비 산마늘 참나물 미역취 등의 산채 재배를 통해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강원도 고지대에서 수확한 곤드레는 냉동 상태로 연중 유통된다. 냉동이긴 해도 산지에서 채취하자마자 데쳐서 급랭한 것이기에 향과 질감이 생물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덕분에 집에서도 얼마든지 곤드레밥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우선 해동한 곤드레를 들기름에 살짝 볶은 다음 소금 간만으로 나물을 만들어 둔다. 이를 미리 불려 놓은 분량의 쌀과 함께 밥을 짓는다. 쌀은 이왕이면 신동진 삼광 운광 영호진미 미품 하이아미 등 찰기와 경도가 좋고 단맛까지 뛰어난 우리 품종이 낫다.
푸른 기운이 살포시 도는 밥은 고슬고슬하고 곤드레는 여리다.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 들기름의 구수한 향과 밥내가 식욕을 자극한다. 갓 지은 밥에 옅은 소금 간이 되어 그냥 먹어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간단한 장아찌나 여름 김치 한 종류만 곁들여도 더할 나위 없는 밥상이다. 좀 더 화려한 맛을 원하면 표고버섯을 우려낸 육수에 조선간장과 진간장을 섞은 양념장을 곁들여도 좋다. 양념장을 넣고 비빈 곤드레비빔밥에서는 곤드레 들기름 표고버섯의 향에 은근한 밥내까지 가세한다. 개성 강한 향들이 서로 잘난 척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다 보면 더욱 완벽한 음식을 향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부끄러워하실 것 없다. 인간의 당연한 욕심이고 본능이다. 저마다의 개성은 충분히 확인했으니 대통합을 이뤄줄 지휘자가 필요하다. 지금이 제철인 호박잎이 적임자다. 미리 쪄두었던 호박잎에 곤드레비빔밥을 한 숟갈 올리고 양념장을 살짝 곁들여 크게 한 쌈 입으로 욱여넣는다. 이때부터 당신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과식’이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