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 경남에서 들리는 소식은 우울한 것뿐이다. 1개월 전 부산 강서구의 모 기업을 방문했다. 30년간 철강산업 분야에 주력한 회사다. 파이프 원료를 사 와서 이리저리 가공한 뒤 수백 가지 파이프 관련 상품을 주로 국내에 판매해왔다. 자동차, 조선 분야에 꾸준하게 납품해왔다. 파이프 제조에 관해서는 일인자인 듯싶다. 그 회사의 사장이 유휴설비를 야적해둔 곳에 갔다. 사다 놓은 중고 기계가 즐비했다. 그 기계는 녹슬어 사용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기름칠을 좀 하면 그런대로 쓸 만하다고 했다. 그래서 해외시장에 그 중고 설비를 내다 팔겠다고 한다.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에 우리나라의 중고 설비가 먹힌다고 했다. 비슷한 사례가 경남 창원이나 울산에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고향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가 전화를 해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요즘 굴착기 불도저 등이 남아돌아 그냥 놔두니 녹이 슬어 난리가 났다고 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요즘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하소연을 곳곳에서 듣는다. 창원에서는 탈월전 정책의 여파로 문을 닫는 기업이 너무 많다고 한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힘든 시기에 직책을 수행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그분들이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이번 정부의 정책 결과로 나온 것이어서 한 지역의 수장이 할 수 있는 게 달리 없는 까닭이다. 경남은 무엇을 할까? 조선 철강 기계 등 산업 전반이 침체 일로여서 지역경제가 잘 될 리 없고, 이미 중국에 밀리고 있다. 앞으로 5년 뒤엔 베트남에도 밀릴 것이다. 부산 경남의 산업이 대기업에 의존해 있는데, 대기업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니 부산 경남의 중소·중견기업이 온전할 리 없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국회의원은 총선에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부산 경남의 경제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몸을 던져 대안을 마련하려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탈원전으로 창원지역 경제가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탈원전은 안 된다고 국회 의사당에서만 외칠 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굴뚝에 올라가 농성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구는 자기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몇 백 일 동안 수십 m 공장의 굴뚝 꼭대기에서 농성을 했다.
탈원전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도 자기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가끔 위험을 감수하고 농성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그 정도의 처절함이 있어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산 경남에서 몇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 처신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정부 여당의 방침대로 하자니 지역 경제가 초토화됐고, 그 반대로 하자니 내년의 공천을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므로 부산 경남의 민주당 국회의원이라면 이러한 초토화돼 가는 지역 상황을 무시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안 제시도 하지 못하고 당론에만 끌려가다가 자기가 소속된 지역의 경제와 사회적 기반을 무너뜨린 후 국회의원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차라리 한몸을 던져 이러한 어려운 시대를 막아내는 것이 더 훗날을 보장한다. 이는 야당 국회의원에게도 해당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을 그리워하는 분이 점차 늘어난다. 지금 그 시절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할 것은 하고, 안 될 것은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합리적 원칙주의자였다는 평가를 한다. 국가를 우선하는 지도자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까닭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성사시켰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는 합리적 원칙주의자인 리더를 원한다. 국회의원을 한 번만 할지라도 국민을 위해 할 말을 하고, 부당한 정책이라면 몸으로 막고, 자기의 원칙을 위해 고공농성이라도 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우리나라 경제, 특히 부산 경남의 경제는 더욱 빨리 주저앉을 공산이 크다. 부산 경남의 생존을 위해 몸을 던지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었던 것처럼 부산 경남의 비전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에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지킬 것은 지키는, 소신 있는 지도자가 나오면 좋겠다.
아시아비즈니스 동맹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