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상급 선수들의 타당 상금액을 알아보는 조사가 있었다. 그 결과, 최고는 역시 타이거 우즈였다. 그는 시즌 21개 대회에 참가해 총 5217번의 샷을 기록하고 661만6585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골프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번 돈이 1268달러인 셈이다. LPGA 투어에서는 카리 웹이 타당 255달러로 가장 높았지만, 우즈의 5분의 1에 그쳤다. 이는 남녀 골프투어의 총상금액 차이가 해마다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프랑스 리옹의 경기장. 미국팀이 승리한 후, 시상식을 위해 FIFA 회장 등 귀빈들이 입장하자 관중석에서는 ‘Equal pay(동일 임금)’ 구호가 울려 퍼졌다. 우승상금이 400만 달러로, 작년 남자 월드컵의 3800만 달러보다 턱없이 적은 데 항의표시였다. 그러잖아도 미국 여자팀은 자국에서 남자팀과의 임금 격차, 차등 대우 등 성차별 관련 소송을 이미 제기한 상태다.
지난 주 이들이 귀국해 뉴욕 맨해튼에서 우승 축하 퍼레이드가 펼쳐질 때 거리에서는 ‘USA’ 연호 대신 ‘동일 임금’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그날 퍼레이드에 앞서 뉴욕주지사는 동일한 직종에서 성별 임금 격차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뉴욕시장은 남녀 임금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여자 월드컵 우승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 성평등이 새삼 화두로 떠오른 분위기다.
‘골프 여제’ 박인비도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남녀 메이저 대회의 상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의 상금액이 남자 일반 대회의 3분의 1 혹은 절반 수준인 걸 꼬집은 것이다. 이는 최근 스포츠 종목에서 남녀 상금·임금 차별에 대한 논란과 불만이 자주 불거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기야 올해 남녀 골프의 브리티시 오픈만 해도 총상금이 각각 1075만 달러, 450만 달러로 대비된다.
스포츠 외에도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면치 못한다.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장의 여성 월평균 임금은 남성 대비 68%다. 임금 격차가 크면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남성의 출산·육아휴직 기피 요인으로 소득 감소가 꼽혀서다. 휴직하면 여성보다 가계소득 감소가 크고 소득대체율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상금·임금 격차가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는 없다고 해도, 마냥 그대로 둬서 될 일이 아니다. 스포츠든 일반 분야든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