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반유신 시위 목격한 어느 경찰관 이야기 /홍순권

40년 전 부마민주항쟁, 계엄군 제지 경관 4명 무참히 폭행 당한 사건

이제서야 명예회복 해…당시 시민정신 기려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7 19:17:38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79년 10월 18일 오후 5시께 반원 3명과 함께 형사반장의 직책으로 근무 명을 받고 시위 현장을 살펴보던 이모 경관은 옛 부산시청(현 롯데백화점) 건너 대로변 광복동 입구 앞 노상을 지나던 중 공수부대 계엄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시민을 무릎 꿇려 놓고 진압봉으로 구타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경찰관으로서 이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스스로 경찰관임을 밝히고 “왜 무고한 시민을 구타하느냐. 당장 그만두시오”라고 제지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지휘관으로 보이는 장교가 경찰관 신분증을 낚아채어 빼앗고 군 트럭 안에 대기 중이던 10여명의 군인에게 “야! 조져, 저 새끼들 필요 없어. 조져”하고 명령하자 전원이 뛰어 내려 각자 소지하고 있던 참나무 몽둥이로 4명의 경찰관 머리 등을 무자비하게 내려치고 쓰러진 경관들을 군홧발로 짓밟는 등 집단폭행을 가하였다. 이모 경관은 구타를 당하던 중 정신을 차리고 다른 경관들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고 자신도 필사적으로 그곳을 벗어나 몸을 숨겼다가 날이 어두워진 뒤 택시를 타고 직장으로 돌아갔다.

본서로 돌아간 그는 이미 계엄군으로부터 상황을 통보받은 서장에게 불려가 위로는커녕 호된 질책을 받고, 동시에 자신들이 겪은 사건에 대해 일절 함구할 것을 명령 받았다. 그 후 이 사건은 40년 동안 침묵 속에 갇히고 말았다. 피해 당사자인 4명의 경관은 이 사건으로 몸에 큰 상처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4명 중 1명은 이미 사망하였고,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나머지 세 명의 피해 경찰은 지난해 11월 부마민주진상규명위원회에 부마민주항쟁관련자로 인정받기 위해 진실규명을 신청하였다. 지난 3월 이들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공식 인정되었다.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이들은 ‘시위 진압 훼방꾼’의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사건 일자와 장소를 어느 날 어느 곳이라고 바꿔 놓으면 독자 중 십중팔구는 아마도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이 아니라 그보다 7개월 앞서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시간적으로도 그리 멀지 않은 광주와 부산에서 벌어진 별개의 두 사건은 사실상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광주에서 일어났던 살인적 진압 방식의 단초는 이미 부산과 마산에서 목격되었던 것이다. 단지 부마항쟁으로 촉발된 반유신 반독재 민주항쟁의 열기가 이른바 10·26사태로 일시 종식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보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서 새로 밝혀진 대로, 광주 학살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전두환이 광주에 앞서 보안사령관 자격으로 부산을 먼저 방문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1979년 10월 16일 이후 부산 시내 전역은 연일 ‘유신체제 타도’를 외치는 시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로 인해 유신정권이 파견한 군부대원과 시민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부산에서 시작된 반유신 항쟁의 불길은 10월 18일에는 부산 인근 도시 마산으로 옮겨 붙었다. 당시 유신 정권은 부산과 마산 시민의 예상치 못한 거센 저항에 부딪히자 두 도시에 각각 계엄령과 위수령을 선포하고 유례없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를 진압하였다. 그러나 그 후과 또한 컸다. 결국 권력 내부에 큰 균열이 일어나 박정희의 유신독재는 10월 26일 이른바 ‘대통령 유고’ 사태로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부마민주항쟁이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타를 날렸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부마민주항쟁은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대사건이며, 한국 민주화운동사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중대 사건이다.

지난 6월 25일 정부는 부마민주항쟁 발생일인 10월 16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의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 부마민주항쟁은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에 이어 한국현대 4대 민주화운동의 하나로 공식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지난 7월 4일에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부마 1979, 유신의 심장을 쏘다’란 제목으로 부마민주항쟁40주년 기념전시 개막식이 열렸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주최한 이번 기념전시는 광주, 창원을 거쳐 10월 중에는 부산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과 함께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이 되는 해다. 특히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기념하려 각종 행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되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 볼 많은 기회가 마련됐다. 이제 부마민주항쟁은 응당 국가적 기념 대상이 되겠지만, 그중에서 부산과 마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각별히 기대되는 상황이다.

동아대 사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8. 8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9. 9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10. 10“‘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6. 6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7. 7‘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8. 8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4. 4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5. 5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난 짜장”
은정이라는 이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면전환용 대법원장 탄핵, 민심이반 부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 개선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