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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신물산장려운동 /원성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1 19:24:4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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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는 대학이 일본의 여러 기관과 교류하는 까닭에 연간 3, 4차례 일본 출장을 다녀오곤 하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달 초 후쿠오카 출장 때의 일이다. 마지막 날 저녁부터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 늘 그랬듯이 시내를 산책하며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대형 잡화점 입구에 사람이 북적이는 것이 보여 궁금해서 가봤더니 물건을 사려는 여행객으로 붐비는 것이었다. 여행 중에 쓰던 치약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생각나서 치약도 살 겸 구경도 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잡화점 안은 캐리어를 끌고 있는 여행객으로 인산인해였는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한국말. 얼핏 봐도 손님의 90%는 한국인으로 보였다. 후쿠오카 시내 한복판에 있는 5층짜리 대형 잡화점 안에 들어가 있는 손님의 90%가 한국인이라니! 그들은 저마다 휴대전화와 물건을 번갈아 보며 미리 적어뒀거나 블로그에 나와 있는 일본 가면 사야 할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기에 여념 없었다.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 있는 아이템은 다 팔려서 진열된 물건이 아예 없었고 계산을 위한 대기시간만 1시간 이상이라니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여행의 묘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쇼핑이니 그 묘미를 만끽하는 사람들한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싹쓸이 쇼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본인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고 한편 씁쓸했다.

몇 달 전 모 일간지에 실린 2018년 관광수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외국 여행을 한 한국인은 2869만 명, 이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31조9000억 원인 반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1534만 명, 쓰고 간 돈은 17조8000억 원이었다고 한다. 인원과 금액 모두 우리가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배다. 게다가 이와 같은 관광수지 적자가 2001년부터 18년간 줄곧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일본만을 상대로 다시 본다면 최근 10년간 대일 무역적자는 2415억 달러, 즉 연평균 무역적자가 240억 달러에 달하고, 일본으로 여행 간 한국인은 매년 700만~800만 명에 달하지만 한국으로 여행 오는 일본인은 240만~250만 명이다. 인구는 우리가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데 여행객은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 여행 자제 또는 외국산 물건 불매를 외치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일일 수 있다.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심지어는 개인과 국가까지 서로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으므로 섣부른 민족주의의 주장은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개인보다는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민족정신으로 전 국민이 힘을 합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특히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자행하는 지금과 같은 무역제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젊은 층에서 시작되어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옮겨진 일본 제품 불매 및 일본 여행 자제 캠페인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위기에 놓인 조국을 위해 국민이 할 수 있는 애국적 활동으로 볼 수 있겠다. 이번 무역제재는 외교 갈등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그릇된 행위를 전 국민이 마음 모아 지켜보고 있음을 일본에게 알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 고당 조만식 선생이 조선물산장려회를 창립하여 우리 경제를 수탈하려는 일본에 대항해 경제 자립을 위한 계몽운동을 시작한 것이 1920년 7월의 일이니 우리는 99년 전 이맘때 이미 일본을 상대로 민족정신을 보여줬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약해도 너무 약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국민의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로 들어선 지금 우리나라는 99년 전의 그렇고 그런 나라가 아니고 상당 부분에서는 오히려 일본을 앞서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국민이 모아준 힘을 뒷배 삼아 정부와 여야 정치인이 초당적으로 힘을 합해 슬기롭게 일본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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