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8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파울로 벤투 감독이 임명됐을 때 대다수 여론은 그가 ‘독이 든 성배’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표팀 성적 여부에 따라 감독에 대한 평가가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국내 축구계 정서를 고려할 때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이를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만 보더라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자리를 떠난 뒤 2018년 벤투 감독 부임 이전까지 16년 간 사령탑 자리를 거쳐간 사람은 10명이나 된다. 평균치를 낸다면 감독 한 사람이 채 2년을 버티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석권했던 명장인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한국에 온다고 해도 곧 보따리를 쌀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 이유다.
축구 뿐 아니라 야구나 농구, 배구 등 어느 종목이든 감독직은 가시방석이나 다름없다. 팀을 잘 꾸려나간다면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성적 부진에 따른 온갖 비난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장된 임기라도 제대로 마치면 다행이다. 대개는 중도 낙마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19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양상문 감독이 사퇴했다. 양 감독은 올 시즌 전반기가 끝난 시점에 롯데가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말 구단과 2년 계약을 맺었던 그는 첫 해도 다 채우지 못했다.
구단은 성적 부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 해명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롯데 사령탑의 행보는 늘 순탄하지 못했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롯데는 감독을 18번이나 바꿨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이 탓에 롯데 감독의 최장수 연속 재임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18년 동안 한 팀을 지휘한 김응룡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 사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프로구단인 만큼 감독이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극약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산다’는 부산을 연고지로 둔 롯데로서는 팬들의 쏟아지는 질타를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구단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쇄신 없이 사령탑만 무차별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뚝 떨어졌던 성적이 반등될지는 의문이다. 어찌 됐든 이후부터는 ‘롯데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