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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만 오면 반복되는 악몽 /배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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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긴 물 색깔이 왜 저럴까요.” 태풍 ‘다나스’가 부산 곳곳을 할퀴고 간 지난 21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과 맞닿은 습지에는 탁한 빛깔의 물이 흘렀다. 옛 다대소각장 맞은편 노을정휴게소 아래에 있는 토구에서 흘러나온 물이다. 토구는 빗물과 일대 생활하수를 물길을 따라 바다로 흘려보낸다. 그러나 비만 오면 오염 물질과 빗물이 섞인 물이 넘쳐 흘러 다대포해수욕장 일원의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풍기는 현상이 반복된다. 특히 이 물길은 습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된 목재 덱 ‘고우니 생태길’과 다대포 수변공원 내 해수천과 연결되고,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놀 수 있는 생태체험장으로도 흘러가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하구는 지난 1일 ‘다대포해수욕장 노을정 일원 준설 및 수로 정비 공사’를 통해 이곳의 오염된 흙을 걷어내고, 물길이 바다로 흐르도록 조처했다. 하지만 비가 내릴 때마다 발생하는 탁한 물빛은 완전히 정화하지 못했다. 빗물과 하수를 분리하는 하수관거 공사를 해야 하지만, 예산 등 문제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사하구는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 맞춰 공기를 3분의 1가량 줄이기까지 했지만, 오히려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문제를 드러내 보인 셈이 됐다. 비가 오면 생각날 수밖에 없는 부산의 한 장면이다.

부산에 비가 오면 반복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생활체육 시설, 도시철도와 연결된 온천천은 비만 오면 범람돼 이용하기 어렵다. 깡깡이예술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 등으로 유명한 영도구에서는 비가 많이 오면 절개지 붕괴 사고가 잇따른다.

비가 오지 않아도 위험은 도사린다. 지난 2월 사상~하단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 승학산 기슭이 무너져 토사가 유출된 이후 거대한 암반이 도로 위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구간은 지금도 일부 차로가 통제돼 있다. 구·군별로 급경사지와 절개지 등급을 매겨 관리하지만 인근에서 공사가 진행되거나 악천후가 겹치면 사고를 피할 수 없다. 부산 곳곳에서 어딘가 무너지거나 토사가 쏟아져 시민이 불편을 겪는다. 산지가 많은 부산의 지형 특성상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건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러면 부산 시민이 ‘비가 오면 생각나는’ 광경 자체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사회부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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