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장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입안으로 들어간 음식물의 영양소는 위를 거쳐 소장과 대장을 지나면서 장의 표면에서 흡수된다. 정확히 표현하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기관이다. 장의 점막은 피부와 달리 아주 부드러운 세포로 이루어져 쉽게 손상을 받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 화학조미료나 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장의 점막에 미세한 손상을 입힌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해서 노출되면 장점막에 염증을 일으켜 내시경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로 손상을 입는다. 장은 외부와 접촉해 독성 물질을 걸러내는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1차 관문인데, 장점막의 손상에 의해 중요한 영양소의 흡수가 줄어들고, 반대로 장에서 막아줘야 할 독소는 걸러내지 못해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장 안으로 들어온 독소는 세포 안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게 된다. 에너지 공장이 독소에 의해 파괴되면 에너지 생성이 감소하여 결국 만성피로가 오게 되는 것이다.
콜롬비아 의과대학 미첼 거슨 교수는 장을 ‘제2의 두뇌’로 규정하였다. 그만큼 장으로 연결된 신경은 방대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신경조직 중 하나인 자율신경이 많이 있다. 이러한 자율신경들은 두뇌로 들어오는 외부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장 운동을 조절하게 된다. 한 예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장점막의 손상에 의해 쉽게 독성물질이 장내로 들어오게 되어 자율신경계 불균형을 일으켜 설사나 변비를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는 대부분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장에는 아주 많은 면역세포가 있다. 장에 분포된 면역세포는 우리 몸 전체 면역세포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장에 문제가 생기면 인체의 면역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먼저 장내에 사는 세균(enterobacteria)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장내 세균 수는 100조 개체 정도이며, 종류는 400가지 이상으로 알려졌다. 장 내 세균 중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것, 해로운 것도 있다. 장의 점막에서는 이로운 세균과 해로운 세균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물질을 분비하게 된다.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 음주, 약물(항생제 소염제 등), 장기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장점막에 손상이 생기면 독성 물질의 침입이 점점 잦아져 간의 해독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키며, 면역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피로감도 쌓인다.
장점막의 손상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첫 번째로 장에 들어오는 독성 물질을 줄여야 한다. 화학조미료, 과도한 설탕, 자극적인 음식, 음주, 불필요한 약물 복용, 인스턴트식품 등이 그것이다.
두 번째로 장내에 정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위장약(제산제 등)을 자주 복용한다면 이를 중단해야 된다. 위에서 위산이 적절하게 분비되지 못하면 음식물을 소화시키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소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해로운 균이 증가하게 된다.
세 번째로 장내에 유익한 세균을 투여하는 것이다. 고용량의 유산균을 투여해 장에 유익한 균주의 양을 늘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유산균의 수가 늘어나면 해로운 세균을 억제하게 된다. 유산균이 잘 자라게 도와주는 섬유소와 프리바이오틱스를 같이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네 번째로 장점막이 빨리 회복하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복용하는 것이다. 초유성분, 알로에, 오메가-3, 비타민 C 등의 복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음식물이나 화학조미료, 인스턴트식품 등을 먹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유산균 제제를 복용한다고 해도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 먹는다면 의미가 없다.
고신대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