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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펜은 굽히지 않아야 한다 /권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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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7-23 19:30:2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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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를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일이 있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등 비리 의혹에 대해 후보자가 해명했다가 거짓으로 판명되어 곤혹을 치르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공직 후보자에 대하여 제기된 의혹도 문제지만 후보자의 거짓 해명이 더 큰 문제라고 여기는 듯하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필자는 직업상 직간접적으로 거짓말을 많이 경험했다. 피고인의 거짓말, 피해자의 거짓말, 수사기관의 거짓말, 증인의 거짓말 등 무수한 거짓말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느낀 점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도 이해관계에 따라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때문에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증언이 별다른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증인도 이해관계에 따라 거짓말, 즉 위증을 하는 것이 다반사이므로 기본적으로 믿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실체적 진실 발견은 요원한 일이 된다. 첨예한 다툼이 있는 사건은 서류 증거로 해결되지 않고 증인의 증언이 핵심이다. 그런데 그 증인의 증언을 믿기 어렵게 되면 실체적 진실을 가릴 방법이 없게 되고, 오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처벌되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처벌을 무릅쓰고 거짓말을 한다. 대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많은 분석과 토론이 이어져 왔다. 놀랍게도 의식적, 의도적 거짓말은 물론이고 무의식적, 비의도적 거짓말이 많다는 것이다. 실수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는 거짓말의 개념과 맞지 않아 보인다. 거짓말은 ‘의도적’이란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닌가? 사회 심리학자 캐롤 타브리스와 엘리엇 애런슨 공저의 ‘거짓말의 진화’라는 책은 그에 대한 해답 중 하나를 제시한다. 영어로 제목이 ‘Mistakes were made but not by me’이다. ‘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재미있다.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 책은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는 현상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경우에 따라 객관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허구의 사실을 객관적 진실인 것처럼 생각한다. 객관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인격, 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 되어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러면 다음 선택은? 사실을 나에게 유리하게 왜곡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기억도 실은 지극히 믿기 어려운 것이다.

거짓말은 가장 비효율적인 정책(Policy)이다. 거짓말은 관철시키기 매우 어렵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은 주도면밀하고 머리가 좋아야 가능하다. 그리고 십중팔구 들통이 난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번 거짓말이 들통나면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정책으로 삼으면 안 된다. 거창하게 정책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거짓말을 위기탈출의 방편으로 삼으면 안 된다.

중고교 영어 시간에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격언을 배웠다. 솔직히 당시는 물론이고 그 후로 오랜 기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거짓말의 효과 없음과 거짓말이 초래한 파국을 목도하게 되자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정직은 솔직함이다. 솔직하면 담백하다. 솔직하면 대개 큰 문제가 안 된다. 솔직하지 않고 숨기고 은폐하면 더 큰 화(禍)를 부른다.

최근 언론 자유를 상징하는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이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 앞에 들어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조형물에는 청암 송건호 선생의 지론인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는 문구가 새겨졌다고 한다.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다’는 모토는 비장하기보다는 아름답다. 그런 신조로 일하는 언론인은 행복하다. 국제신문도 ‘굽히지 않는 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바란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도 좋다.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당당하게 보도하면 될 것이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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