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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최태호의 와인 한 잔] ‘디오픈’ 우승컵은 와인 주전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4 19:42:25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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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메이저 남자 골프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디오픈 챔피언십’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1860년 창설돼 올해 148회를 맞은 ‘디오픈’은 영국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려 셰인 로리(Shane Lowry)가 극적인 우승을 이뤄냈다. 자존심 강한 영국인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대회라는 뜻으로 부른 ‘디오픈(The Open)’. 유일하게 미국 본토를 떠나 유럽에서 열리는 ‘디오픈’의 챔피언에게는 우승컵 대신 은제 주전자 ‘클라레 저그’를 수여한다.
독일 라인가우지역 건물 벽에 장식된 ‘와인 병주전자’ 그림.
‘클라레’는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이란 의미이다. 보르도 지방은 강 하구 근처에 자리 잡아 영국으로 와인을 수출하기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었으며 13세기 말까지 영국에 수입되는 와인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그 당시 영국에 와인을 수출했던 스페인이나 지중해 연안의 와인보다 색깔이 맑고 밝아서 클라레라는 별칭을 얻었다. ‘저그’는 주둥이가 넓고 손잡이가 달린 물주전자를 뜻하며 코르크 마개가 있는 물병, 포도주가 든 큰 술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프랑스 포도주를 뜻하는 ‘클라레’와 유리와 은을 소재로 만든 ‘저그’의 합성어로 ‘클라레 저그’라는 이름이 탄생하였고 이제는 디오픈의 우승컵을 일컫는 말로 유명해졌다.

메이저 대회 중 최고의 명성을 지닌 디오픈의 우승자에게 우승컵으로 와인 주전자인 ‘클라레 저그’를 주는 것만으로도 영국인에게 와인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은 유럽의 북부에 위치해 기후적으로 상업적인 포도 재배가 어려운 지역이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유럽의 경제대국으로 구매력 높은 주요 와인 소비국가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와인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평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잘 갖추어진 나라이다.

한국에서 와인과 골프는 대중적으로 즐기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골프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필드에 나갈 때마다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와인도 음식, 분위기, 같이 마시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고 와인의 온도, 어울리는 잔, 시간에 따라 향과 특성이 달라진다.

업무적인 자리에서 지극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유럽 사람도 와인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자기의 마음을 터놓고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와인 한 잔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향과 맛이 만들어내는 신비함 때문이다.

오늘 저녁 자리가 약속되어 있다면 상대방이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도 함께 주문해 마셔보자. 끝도 없이 사람을 자극하는 와인의 향과 맛에 취해 타인을 허용하지 않던 우리 마음의 성곽은 어느새 허물어져 있을 것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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