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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반일이냐 친일이냐, 위험한 이분법 /황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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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4 19:59:0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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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서서 ‘애국이냐 이적이냐’ 선택하라고 ‘강요’했을 때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실체도 없는 국가(주의)에는 애국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고, 내게 있어 적은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그 모든 세력이니 이적도 할 수 없다고…. 그럼 내게 적은 누구인가? 일본의 아베 총리이고, 자유한국당이며, 자본가이고, 민중보다 자본가를 위하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이고, 국가적 민족적 분열을 부추겨 체제의 모순을 은폐하고 권력에 빌붙은 지식인이며, 그 분열로 이익을 얻는 세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얄밉고 악랄한 것이 지금 내겐 권력의 메가폰이 되어 떠드는 지식인이다.

조선시대이든, 일제강점기이든, 박정희 시대이든지 간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지식인)은 거개 입신양명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그 입신양명은 정치세력을 등에 업어야 가능했다. 당파가 생긴 것도, 유학파(미국, 일본)가 생긴 것도, 서울대파가 생긴 것도 다 그것 때문이다. 공부를 많이 하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 권력의 성격이 어떠하든지 간에 권력의 입맛에 맞게 구는 어용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이 가장 좋아하는 어용은 민중에게 환상(희망)을 제공하며 민중이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용(괴벨스와 같은), 민중이 똘똘 뭉쳐 애국하게 만드는 어용, 결국 민중을 기만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어용이다. 일제강점기에만,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때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만 어용이 있는 게 아니다. 조선 세종 때에도, 정조 때에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도, 문재인 정부 때에도 어용은 있는 것이다.

권력과 대중이 일치했을 때 가장 무서운 파시즘이 탄생한다. 히틀러와 독일 민중이, 무솔리니와 이탈리아 민중이 그렇게 파시즘을 탄생시켰다. 유대인 학살은 히틀러와 나치만이 수행했는가? 당시 독일 민중은 어떤 책임도 없는 것인가? 역사상 선한 권력이 어디에 있었는가? 선한 권력 따위는 애초에 없는 것이다.

당대 독일과 이탈리아에 지식인이 없어서 파시즘을 경계하지 못한 게 아니다. 대부분 지식인이 권력과 결탁해서 대중을 선동했기에 파시즘이 가능했다. 일치단결은 그만큼 유혹적이고 중독적이며, 반성도 의심도 모르는 것이다. 파시즘(히틀러도, 나치도, 민중도)은 결코 스스로를 파시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일 히틀러’는 권력의 작동이기도 했지만, 당대 독일 민중의 내면이기도 했다. ‘지식인의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그 권력이 무엇이든, 그 권력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언제나 권력을 의심하는 것이다. 권력의 작동이 민중을 위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감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지식은 민중의 등에 꽂히는 칼일 뿐이다.

작금 한국과 일본의 민중은 분열을 획책하는 어용 지식인의 발언을 의심해야 한다. 국가 간, 민족 간 분란에 칼로 무를 자르듯 이분법을 적용하면, 그 이익은 언제나 무를 자른 칼자루를 쥔 이에게 돌아갔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도 이렇게 광분해서 들끓고 난 뒤의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이익은 누가 챙기겠는가? 피해를 짊어질 사람은 일본과 한국의 민중이고, 이익을 향유할 이들은 일본의 우익과 한국의 제도 정치권이지 않겠는가? 반제는 옳아도 반일은 틀렸으며, 반군국 반국수는 옳아도 반민중 반평화는 틀린 것이다.

몽골의 침략이건, 호란이건, 왜란이건, 일제강점기이건 간에 변란이나 전쟁이 나서 핍박을 받은 쪽은 침략을 한 나리이든, 침략을 당한 나라이든 오로지 민중이었다.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결국 민중만 희생되는 것이다.

‘IMF사태(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를 겪지 않았는가? 이후 누구의 부가 쌓였으며, 누가 생존의 나락으로 떨어져 죽어갔는가? IMF사태 이후 누가 직장을 잃었으며, 누구의 재산이 휴지조각이 됐는가? 전쟁은 그것이 무력전쟁이건, 경제전쟁이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양국의 민중에게 필요한 것은 친일/반일, 애국/이적, 친한/반한의 이분법이 아니라 반제, 반전, 반군국, 반파시즘, 반대결을 외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 그 평화적 일관성이다.

작가·헤세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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