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품격 있는 ‘개싸움’ /권혁범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4 19:52:5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했다. “우리 기업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극일 의지도 드러냈다.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다. 대(對)한국 수출규제 등 일본의 경제보복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다.

우리 대통령이 일본 정부를 겨냥해 ‘경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강경 발언이다. 곧장 국민의 ‘보이콧 재팬’에 불을 지폈다.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 제목은 거칠지만, 내용은 품격 있는 글이 인터넷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사실 이보다 더 대놓고 일본을 압박한 건 보수 정부였다. 그땐 ‘말’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독도를 방문했다. 우리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이 독도를 찾은 건 처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독도경비대원들에게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통령이 ‘韓國領(한국령)’ 글자가 새겨진 바위를 숙연하게 쓰다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많은 국민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일본이 방위백서에 8년 연속 ‘독도는 일본 땅’이란 주장을 담고, 일본군 위안부 배상청구권 문제에 부적절한 태도로 일관해 국민 분노가 치솟던 때였다.

2012년 그때와 2019년 지금, 두 대통령의 움직임에서 빚어진 정치권 반응은 거울을 보듯 같다. 공수 교대만 이뤄졌을 뿐이다.

2019년, 제1 야당은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한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여당이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북한 팔이를 하던 정권이 이제는 일본 팔이를 한다” “외교적 접근보다는 반일 감정에만 편승하고 있다” “정부가 나라를 패망으로 몰아간 구한말 쇄국정책을 펴고 있다” 등의 발언도 제1 야당에서 나왔다.

여당도 가만있을 리 없다. 여당은 제1 야당을 ‘신친일파’ ‘일본 돕는 엑스맨’ 등으로 규정하며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다.

2012년, 이 전 대통령이 독도에 섰을 때도 그랬다. 그때 제1 야당은 “깜짝 쇼이자, 정말 나쁜 통치행위” “반일 감정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독도 문제는 일본보다 더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일관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일본을 자극하는 건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이게 무슨 외교냐. 똥볼 차기지” 등으로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그때의 여당 역시 제1 야당에 “마치 일제 36년이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신친일 매국파가 안 되기를 바란다”며 강력한 수비로 맞섰다.

지금 여당(더불어민주당)은 2012년 그때 제1 야당(민주통합당)이었다. 지금 제1 야당(자유한국당)은 2012년 그때 여당(새누리당)이었다. ‘내로남불’이란 말은 이럴 때 쓴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다. 대한민국을 ‘식민지 조선’쯤으로 취급하는 일본에 맞서 국민은 차분하고 품격 있는 ‘개싸움’을 시작했다. 우리 국민은 일상과 온라인에서 일본 제품 불매를 비롯해 여행 취소 등 ‘보이콧 재팬’ 운동을 실행 중이다.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며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서라”는 게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주문이다. 부산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와 교육청, 일선 학교도 갖은 손해를 감수하고서 일본과의 교류 사업을 중단·재검토하고 나섰다. 국민 결의를 모른 척할 일이 아니다. 정도를 넘어선 반일 감정이라 탓할 일도 아니다.

2012년 그때나 2019년 지금이나 국민은 한결같은데, 정치권은 손바닥 뒤집듯 공수를 바꿔가며 한심하고 수준 낮은 행태만 반복한다. 국민이 이렇게 든든한 뒷배가 돼주는데, 정치권은 오만방자한 일본에 맞서 마음 하나 모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싶다. “그 찌질한 맥주, 알량한 여행에서부터” 국민이 대신 ‘개싸움’을 해주겠다는데, 그래도 부족한가.

사회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한국당 출신 예비후보 1명 내세워 하태경과 1대1 경선으로 결정 유력
  2. 2한국당 양산을 후보들 ‘홍준표 반대’ 수위 높여
  3. 3민주당 기장공천, 불꽃 튀는 3파전
  4. 4여당 “금정구 단수공천은 실무 착오”…번복 가능성에 시끌
  5. 5김형오발 부산공천 새판짜기…잡음없는 쇄신에 달렸다
  6. 6압박카드 통했을까…버티던 PK현역 잇단 불출마
  7. 7경남교육청, 교사·시민단체 참석 지구 지키는 환경교육 비상 선언
  8. 8울산시, 국가산단 위험시설 세금 부과 추진 논란
  9. 9김해 화포천습지 주변 불법 시설물 단속
  10. 10[서상균 그림창] 총선 '런웨이'
  1. 1유기준 정갑윤, 총선불출마선언
  2. 2 문재인 대통령 “공포·불안 과도하게 부풀려져 … 비상·엄중한 상황”
  3. 3 홍남기 “중소 관광업체에 500억원 무담보·저금리 융자”
  4. 4 문재인 대통령 “국민들 정상적 일상 복귀해 달라”
  5. 5 홍남기 “외식업체 육성자금 확대…금리도 인하”
  6. 6 홍남기 “해운업체 600억 긴급경영자금…항만 사용료 감면”
  7. 7한국당 5선 정갑윤, 총선 불출마 선언 “문 정권 심판해달라”
  8. 8한국당 출신 예비후보 1명 내세워 하태경과 1대1 경선으로 결정 유력
  9. 9文, ‘혁신성장·상생노력’ 앞세워 코로나19 극복에 총력(종합)
  10. 10민주당 기장공천, 불꽃 튀는 3파전
  1. 1부산항 등 주요 항만 보안감독관 배치
  2. 2P2P금융, 법 테두리 안으로…대박 좇기전 연체율 살펴라
  3. 3하나금융, 더케이손보 770억 원에 인수
  4. 4금융·증시 동향
  5. 5부산시, 수산현안 다룰 정책협의회 만든다
  6. 6 기아차 4세대 쏘렌토 디자인 공개 外
  7. 7주가지수- 2020년 2월 17일
  8. 8“코로나로 선박수리 지연…IMO와 협의, 검사기간 연장을”
  9. 9부산시, 해양신산업 9개 혁신기업 공모
  10. 10원양산업노조 새 위원장 염경두
  1. 1‘코로나19’ 국내 30번째 확진자, 29번째 확진자의 아내
  2. 2베트남 여행 부산 40대 남성 숨져...응급치료한 부산의료원 응급실 폐쇄
  3. 330번째 확진자, 확진 전 ‘기자와 접촉’…자가격리 소홀 논란
  4. 4부산의료원, 사망 남성 ‘음성’ 판정으로 ‘응급실 폐쇄 해제’
  5. 5부산의료원서 숨진 40대 남성, 코로나 19 ‘음성’ 판정
  6. 6금정구 부곡동 오피스텔서 부탄가스 폭발사고…극단적 선택 추정
  7. 7 ‘코로나19’ 국내 28번 환자 오늘 격리 해제
  8. 8 홍남기 “저비용항공사에 3000억 긴급융자…공항사용료 유예"
  9. 9“불에 탄 옷가지 시신 착각” 순천완주고속도로 사고 피해자 집계 혼선
  10. 1017일(오늘) 날씨, 일부지역 제외하고 전국 눈 소식
  1. 1손흥민, 애스턴 빌라전서 평점 8.4점 받아
  2. 2토트넘, 애스턴 빌라에 3-2로 승리···‘손흥민 멀티골 성공’
  3. 3‘손흥민 역전골’…첫 5경기 연속골에 EPL 통산 50골 겹경사
  4. 4아스널 VS 뉴캐슬 선발 라인업 공개
  5. 5아스널, 뉴캐슬 4-0 완파···‘페페의 맹활약’
  6. 6쇼트트랙 박지원, 1000m까지 금메달···'월드컵 6차 2관왕'
  7. 7 격투기 대회 ‘엠타이틀’ 성황리에 열려...한국, 브라질에 2대1 짜릿한 승리
  8. 8부산실내빙상장 훈련선수들, 전국 동계체육대회 선전 기원
  9. 9손흥민 아시아 첫 EPL 50골…이젠 시즌 최다 골 도전
  10. 10겨울스포츠 불모지 부산, 동계체전 4위 넘본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며 /백상훈
기자수첩 [전체보기]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부산형 일자리와 부산연대기금 /김화영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전염성 있는 신뢰를 찾습니다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명지의 청년풍
상징색이 중요해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따끈한 쌀밥에는 명란젓
사설 [전체보기]
대거 입국 중국인 유학생, 보다 세밀한 대책 필요하다
미래통합당, 세 불리기 아닌 보수 새 비전 제시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모두가 받고 싶은 성탄 선물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